한국 정유업계에 '아람코 입김' 세진다

입력 2019-11-04 17:12   수정 2019-11-05 02:03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를 제외한 국내 정유회사들은 모두 아람코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게 됐다. 정유업계에선 “아람코가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람코, 현대오일뱅크 2대 주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4일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주식 17.0%(4166만4012주)를 아람코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내달 중순께 들어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와 같은 투자계약서를 지난 4월 15일 아람코와 체결했다. 아람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사기 위해선 중국, 독일, 파키스탄, 브라질 등에서 기업결합신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 승인 절차들이 모두 완료되면서 실제 주식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은 91.1%에서 74.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향후 5년 내 추가로 현대오일뱅크 주식 2.9%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도 갖고 있다. 콜옵션 행사 후 아람코의 지분율은 19.9%까지 높아진다.

압둘아지즈 알 주다이미 아람코 부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대해 “아람코의 다운스트림(정제된 원유 등을 판매하는 단계) 투자 전략의 일환인 동시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현대오일뱅크는 내년부터 20년간 아람코로부터 하루 15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 연간 구매의 22%에 해당한다. 대신 현대오일뱅크는 이 기간 아람코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40조원어치 규모다.

두 회사의 협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정 부사장은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빈 살만과 단독 면담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주식 매각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로봇사업 등 신사업 발굴에 쓴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유사들 아람코 영향권에

글로벌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국내 4대 정유회사 중 3개사가 아람코와 인연을 맺게 됐다. 국내 4위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에쓰오일은 이미 아람코가 63.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1991년 쌍용양회가 보유했던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한 데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때 쌍용그룹이 어려움에 처하자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 사명을 에쓰오일로 바꿨다.

국내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는 관계사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다. SK종합화학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사빅과 합작회사(사빅SK넥슬렌컴퍼니)를 설립했다. 사빅의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아람코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은 모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미국 회사와 합작사인 GS칼텍스를 제외하고 국내 모든 정유사가 아람코와 관계를 맺게 됐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에서 서구 오일 메이저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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