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는 약 156만 명. 작년 11월 첫 토요일과 비교하면 방문객이 38%나 증가했다. 매출도 71%나 급증했다. 경쟁사 관계자조차 “대형마트가 요즘 너무 침체돼 있는데 이마트가 오랜만에 업계 맏형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매년 이맘때 세일 행사를 한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이렇게 소비자들이 몰려온 적은 없었다. 온라인에 소비자를 계속 빼앗기고 있는 대형마트가 최근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는데도 방문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올해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린 건 무엇보다 할인 폭이 컸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지난달에는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외부 출신 대표는 이마트 창립 26년 만에 처음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마트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마트는 흐름을 되돌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11월 할인 행사를 미리 준비했다. 특히 2일은 ‘쓱데이’란 이름으로 할인 폭을 키웠다. 한우는 이날 하루만 40~50% 할인 판매했다. 각 매장에는 한우뿐만 아니라 반값 이하 상품들이 즐비했다. 키친타월, 기저귀, 밥솥, 계란, 귤, 초코파이 등은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팔려나갔다. 할인 폭이 큰 행사 상품은 매장마다 재고가 바닥나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3~4년간 국내에서도 11월에 대대적인 세일 행사가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도 ‘학습효과’가 생겨 이즈음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11월은 국내 유통업계에 비수기였다. 추석 연휴와 연말 대목 장사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할인 행사에 국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알리바바,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국내로 물건을 들여오는 ‘직구족’이 급격히 늘었다.
11번가 G마켓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은 이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대대적인 ‘맞대응 행사’를 했다. 작년부터는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그러자 소비자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족에 한정됐던 쇼핑 수요가 일반 소비자로 확산됐다. ‘11월은 쇼핑하는 달’로 각인됐다. 때마침 이마트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시작하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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