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이 1960년대 그린 ‘추경산수(秋景山水)’도 툭툭 치듯 먹물을 발라 산과 들, 하천의 가을 서정을 온화하면서도 푸근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쉼없이 흐르는 야트막한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촌부의 모습이 아련한 산골 정취를 풍긴다. 가을 햇살은 연극 무대의 간접조명처럼 사람과 단풍나무, 초옥을 환하게 껴안는다.
“화가는 작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작가만의 상상을 표현한다. 작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작품, 즉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나 산문처럼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하고, 그 뿌리는 항상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했던 청전의 예술정신이 그림 뒤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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