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건설 수주, 民官 공조 강화해야

입력 2019-11-04 18:22   수정 2019-11-05 00:12

한때 해외건설은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요 희망이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를 포함해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국가적 위기 극복은 물론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시름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이역만리 중동에서 전해온 수주 낭보는 다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해외건설업계는 1965년 세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사막 한가운데 인공의 강을 만들고, 세계 최고층 빌딩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황무지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등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우리 건설 역군들은 특유의 열정과 성실함으로 밤낮없이 불어오는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을 이겨내고 우수한 품질과 공기 준수를 이뤄냄으로써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드높였다. 최근 중동의 한류 열풍은 드라마나 K팝 이전에 우리 해외건설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듯 최근 해외건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동시장에 집중됐던 우리 해외건설 수주는 저유가와 세계적 저성장 지속으로 인해 중동 발주물량이 감소하고 중국, 인도, 터키 등 저가 공세를 앞세운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716억달러 규모이던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2018년 321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 수주실적은 10월까지 177억달러로 전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수주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건설 시장이 발주자 자체 재원의 EPC(설계·조달·시공) 도급사업 위주였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부족한 정부 재정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시공자 금융과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공기·품질·원가뿐 아니라 발주자에게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프로젝트 수주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산업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정부도 올해 ‘해외수주 활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규모 금융지원을 통한 해외수주 적극 지원, 해외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확대, 사업 발굴 및 기획 역량 제고, 대·중소·중견기업 공동 진출 확대 등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수주 시장의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특히 2020년도 예산안에도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을 담았다. 수출입은행 특별계정을 통한 1조원 규모의 개도국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 무역보험공사의 1조원 규모 국가개발 프로젝트 지원 등은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도 신남방·신북방 국가 순방을 통해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수행 중이다.

해외건설 수주는 더 이상 건설업계만의 게임이 아니다. 개도국 국가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 정책금융기관 등의 경쟁력 있는 금융패키지 제공, 건설기업의 기술력 및 노하우 등이 어우러져 원팀(one team)으로 움직여야 수주에 성공할 수 있다.

무역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골이 깊다.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해외건설 업계는 지난 50여 년간 수차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해외수주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외교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해외건설산업은 다시 한 번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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