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할인으로 넉 달만에 실적 반등
-규모 축소하고 가격 낮춰 한국 사업 지속 가능성
7월부터 좀처럼 회복 기세가 보이질 않던 일본 수입차가 '파격 할인'을 내세워 반등에 성공했다. 이른바 '샤이재팬'을 겨냥한 일본차들의 과감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주효했던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재고 소진을 위한 수입사의 단기적 방편이라는 시각과 함께 이를 계기로 일본차 업체들이 한국 판매정책을 새로 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 등록대수는 총 1,977대로 9월 1,103대 대비 79.2%나 급증했다. 렉서스를 제외한 4개 브랜드가 모두 성장했다. 혼다가 806대로 무려 385.5%로 폭증했고 전달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인피니티와 닛산 역시 각각 168대, 139대로 전월과 비교해 200% 이상 늘었다. 토요타 역시 9.8% 오른 408대를 기록했다. 물론 불매운동 전인 6월(3,946대)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는 크지만 4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데에 다소 고무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중 혼다는 최대 1,600만원에 달하는 폭풍할인을 적용한 대형 SUV 파일럿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해당 차는 재고 665대가 모두 소진된 상태며, 10월 베스트셀링카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덕분에 혼다는 전체 판매 순위 7위까지 상승했다. 파일럿의 추가 도입은 당분간 미정이라는 게 일선 판매사들의 설명이다.
인피니티 역시 공식 할인을 앞세워 회복세를 보였다. Q30과 QX50은 최대 850만원, QX30과 QX60은 각각 최대 1,100만원, 1,300만원 가격을 낮춘 것. Q50S의 1,700만원에 달하는 역대급 프로모션을 적용했다. 해당 차 대부분이 판매가 늘며 인피니티는 일본 불매운동 전 수준으로 실적이 복구됐다.
물론 이 같은 할인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업계 대다수의 시선이다. 할인으로 인한 가격이 '노마진'에 가까운 만큼 재고 소진을 위한 단기적 방편일 뿐이라는 얘기다. 혼다의 경우 다음 할인 제품으로 어코드를 염두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인 만큼 추후 판매 시 후유증을 감안해 '파격' 가격 책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을 일본차의 조정 기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판매 물량과 네트워크 규모 등을 축소하고, 제품 가격 등을 일정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는 일본차가 한국에서의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과 일본차 불매운동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전망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철수 하지 않는다면 품질 좋은 일본차가 한국차보다 싸다는 인식을 내세워 사업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수입차 시장에서 할인보다 강력한 수단은 없다는 것은 수 차례 증명됐다. 특히 독일차의 경우 할인 기조가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부정 이슈 이후 추락한 실적을 끌어올린 원동력 역시 할인이었다. 그동안 독일차 대비 할인에 인색했던 일본차는 품질 자부심을 앞세워 성장을 이어오다 불매운동이라는 뜻밖에 암초를 만났고, 좀처럼 보이질 않던 해법을 할인을 통해 어느정도 가능성을 엿봤다. 일본차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판을 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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