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 판매량을 늘리며 독주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 불황으로 GM, 포드, 도요타 등 전통 시장 강호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총 10만9036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대비 1년 새 11.3% 증가한 5만9029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판매량 역시 10.9% 증가한 5만7대를 찍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합산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11.1% 확대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반 차량 브랜드 중 전년 10월 대비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한 업체는 현대차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을 늘린 배경에는 SUV 라인업의 선전과 제네시스 브랜드 안정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싼타페의 10월 미국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무려 40% 이상 늘어난 1만964대를 기록했다. 투싼도 전년 10월과 마찬가지로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팰리세이드도 선적 물량의 대부분인 4357대가 판매됐다.
기아차는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텔루라이드가 판매량을 이끌었다. 이 모델의 10월 미국 판매량은 6075대로 3개월 연속 5000대 이상의 실적을 보였다. 쏘렌토는 전년 10월 대비 30% 이상 증가한 8533대가 판매되며 실적 확대를 보탰다. 사실상 SUV는 이제 미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선전에 현대차는 고무된 반응이다. 지난달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난 1935대를 기록했다. 월간 판매 2000대를 돌파하면 안정화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북미 올해의 차 선정 등 국·내외에서 각종 호평을 받은 G70은 전년 동월 대비 20배 이상 판매가 늘어난 1021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G80은 같은 기간 188% 늘어난 625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와 달리 미국 차 업체들은 판매량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GM, 포드, FCA 등은 월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지만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이 업체들이 파업 영향으로 판매량이 각각 12%, 1.9%, 2.8% 감소했을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계 브랜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도요타와 닛산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각각 18만8787대, 10만3563대로 전년동월대비 1.2%, 5.8% 감소했다. 유일하게 판매가 늘어난 혼다의 증가율 7.6%로 현대기아차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합산 미국 점유율이 1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SUV 신차 효과는 여전히 초기 국면이고 노후 세단 모델 교체주기도 곧 시작되기 때문에 점유율 개선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현대차 세단은 앨란트라, 쏘나타 판매량이 감소하며 전년대비 9% 감소했지만 이달 쏘나타 신차 출시로 세단에서의 판매량도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상품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브랜드까지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며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 SUV 중심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고 제네시스 통해 세단까지 침투하고 있어 현대차의 점유율 확대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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