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치우던' 고유정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vs 검사 "성폭행 당할 뻔 했다더니"

입력 2019-11-05 16:13   수정 2019-11-05 16:56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서 유기한 고유정의 6차 공판에서 검찰이 고유정(36)의 계획적인 범행을 입증할 증거들을 제시했다.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고유정의 전화통화 음성이 흘러나오자 법정 안이 술렁였다. 고유정이 지난 5월 25일 이혼한 전 남편(36)을 살해한 제주도의 펜션 주인과 범행 전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었다.

당시 고유정은 예약 날짜를 묻는 주인에게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라고 물었다. "아이가 몇살이냐"는 펜션 주인의 질문에 "지금 남편이랑, 저랑 애기랑 갈 거고요. 애기는 지금 여섯 살이다"라고 답했다.

고유정은 이후에도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시는 그런 건 아니에요?"라고 재차 확인했다.

◆고유정 범행 이후에도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로 펜션 주인과 통화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당일에도 펜션 주인과 통화했다.

당시 고유정은 펜션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을 설명하는 주인의 말에 웃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시종일관 밝고 애교있는 목소리였다.

검찰은 범행 추정시간대인 오후 9시 50분에 고유정이 "엄마(가) 물감 놀이를 하고 왔어"라며 아들에게 둘러내는 내용이 주인과의 통화에 남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흉기 살해를 '물감놀이'라고 표현한 시간대를 감안하면 최소 9시 50분 이전에는 피해자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께 이뤄진 통화에서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시점을 고유정이 살해한 전남편을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때로 추정하면서 "성폭행 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고유정 전남편 15회 이상 흉기로 찔렀다 … 정지 이탈흔 발견"



검찰 측은 "범행 당일 펜션에서 최소 15회 이상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발적 범행 주장도 반박했다.

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유정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고유정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범행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에 대한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통해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펜션 내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칼을 수차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정지 이탈흔)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최초 공격이 일어난 다이닝룸에서 피해자가 도망치려고 현관까지 이동하기까지 총 15곳에서 앉은 자세와 서 있는 자세 등으로 공격행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다이닝룸에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을 뿐이고 도망치다 피해자가 쫓아오는 과정에서 혈흔이 펜션에 묻었을 것이라는 고씨의 주장은 이와 같은 혈흔 분석과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고유정이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과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을 함께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고유정의 검색 내용은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면서 "해당 검색 내용을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다음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고씨는 또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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