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분양가 5~10% 떨어질 듯"…서울 27개동 '분양가 상한제'

입력 2019-11-06 13:18   수정 2019-11-06 14:34


정부가 서울 반포동과 개포동 등 27곳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곳들을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보고 동(洞)별로 가격 규제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고강도로 통제된다. 한남뉴타운 등 초·중기 단계 사업장이 많은 지역들도 대거 규제를 받게 됐다.

◆27곳 중 ‘강남3구’ 20곳

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서울 27개 동을 지정했다. 재건축이 활발한 강남권을 집중 겨냥했다. 전체 27개 동 가운데 20곳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 쏠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우회해 사업을 진행하려던 조합이 소재한 지역들은 상한제를 피하지 못했다.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 했지만 반포동이 분양가 상한제로 묶여 이 같은 방식의 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상한제 지역에선 분양분의 임대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에선 반포동 외에도 잠원동과 방배·서초동 등이 상한제로 묶여 후속 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강남구는 각 8개동이 무더기로 지정됐다. 강남구는 재건축이 많은 개포동과 일원동 외에도 대치·도곡·삼성·역삼 등 주변 지역이 상한제로 함께 묶였다. 대부분 단지가 추진위원회 단계일 정도로 사업 초기인 압구정동도 포함됐다. 송파구 또한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동 등 8곳이 상한제 대상 지역에 들었다. 신천동 미성·크로바가 후분양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거여·마천뉴타운 일대 재개발이 활발한 영향이다. 강동구에선 길동과 둔촌동이 포함됐다. 일대는 둔촌주공 아파트가 역대 최대 규모인 1만2000여 가구 규모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묶인 곳도 많다.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마포구 아현동 등지다. 고분양가 책정 우려가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여의도동은 옛 MBC 부지를 개발하는 ‘브라이튼’이 분양을 앞두고 있고, 아현동에선 아현2구역 재건축의 일반분양이 임박했다. 그러나 아현2구역은 일반분양분이 50가구에 불과해 지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북 초대형 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인 지역들도 상한제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사업 초기단계인 까닭에 상한제가 먼 훗날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남뉴타운이 있는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은 이번에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일대에선 한남3구역이 연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일반분양에 나서기 까지는 통산 3~7년가량이 더 소요된다. 나머지 한남2·4·5구역은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도 받지 못했다.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마찬가지다.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가 상한제로 묶였지만 성수1~4지구조합은 모두 조합설립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타격 불가피…“가격 약세”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한 곳도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세종과 경기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다. 당초 이들 지역 가운데서 정비사업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의 상한제 지정 가능성이 거론됐다. 광명의 경우 15개 구역에서 3만3000여 가구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영향력이 큰 서울을 중심으로 대상 지역을 선정했다”며 “시장 불안 유발 조짐이 있을 경우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한제 직격탄을 맞은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정비사업비는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금이 오르는 구조인 까닭이다. 국토부는 상한제 시행으로 HUG의 분양가 규제보다 5~10%가량 일반분양가 수준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을 합친 금액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제한한다. 여기서 가장 비중이 높은 택지비는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에선 후분양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내놓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시지가가 매년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3년 뒤 준공 시점에 맞춰 후분양을 하면 높은 택지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한제가 곧바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달 29일 이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정비사업구역은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경우 상한제가 유예된다. 최소 5개월 안에 분양에 나설 수 있는 곳들은 상한제가 사실상 의미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남은 기한 안에 이주와 철거, 분양 등 나머지 사업 절차를 마치지 못한다면 적용 유예 기회를 날리게 된다. 정비사업이 아닌 일반 개발사업 방식의 주택공급은 바로 상한제가 적용된다.

이 같은 영향으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3중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금리가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데다 시중 부동자금이 많은 까닭에 급락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대기 수요는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분양시장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지정·추가 대책 검토”

신도시 등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이미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택지에 다시 상한제가 적용되는 건 2015년 4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상한제가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추가 규제도 동시에 작동하게 됐다. 우선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에 따라 일반 아파트보다 긴 전매제한이 적용된다.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 100% 이상일 때 전매제한 기간이 5년이다. 현재는 통상 3년 안팎인 소유권이전등기까지다. 하지만 앞으론 분양가가 시세의 80% 이상~100% 미만일 땐 전매제한 기간이 8년으로 늘어난다. 80% 미만이라면 10년을 적용한다. 전매제한 기간 동안 이사나 해외체류, 이혼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매각해야 할 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선 매입한다. LH는 이를 통해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수급조절 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거주의무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처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최장 5년의 거주의무를 강제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국토부는 공공택지보다 짧은 2~3년 안팎의 의무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향후 관련 제도를 고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준공 직후부터 수분양자가 입주해 의무기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다.

정부는 이날 발표를 ‘1차 지정’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언제든 추가 지정이 가능하단 의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했다”며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에 대한 관련기관 합동조사를 통해 1536건의 의심사례를 선별했다. 이에 대한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출처조사를 최고 수준으로 실시해 편접 증여나 대출규제 미준수 등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적발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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