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 당근, 시금치를 각각 따로 볶는다. 노르스름해진 당근볶음은 고소한 냄새까지 나는 듯 하다. 소고기에 다진마늘을 양념한 뒤 목이버섯을 넣는다. 커다란 양은 그릇을 준비한다. 삶은 잡채 당면을 넣고 따로 볶았던 재료를 모두 섞어준다. 간장 참기름 후추 등 양념을 고루 더 넣어주면 완성이다. 깨를 뿌려 고소함을 더한다. 한 입 맛본 뒤 흰 밥에 잡채를 얹는다. 잡채를 밥에 비빈 뒤 김치를 올려 먹는다.
쿠캣의 '대왕 잡채' 레시피의 3분짜리 영상의 내용이다. 대왕 잡채는 대야 잡채로도 불린다. 흔히 한국인이 명절이나 생일 때 스테인레스 양푼에 한가득 만들어 나눠 먹는 잡채다.
지난 8월초 베트남 쿠캣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대왕 잡채 (Mi?n Tr?n Kh?ng L?) 영상은 3개월 만에 조회수 833만9214회를 찍었다. 같은 영상을 올린 쿠캣의 한국 및 베트남, 글로벌 유튜브 계정 조회수까지 합하면 900만 건에 달한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최근 베트남과 태국에서 먹방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를 만났는데, 한국은 어떻게 이런 먹방 음식을 잘 찍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비법을 소개해달라고까지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쿠캣은 '오늘 뭐 먹지?' '쿠캣' '맛집뉴스' 등 70개에 달하는 음식 채널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는 전세계 3000만명에 달한다. 이중 쿠캣 글로벌 채널 구독자만 965만명이며, 2017년 3월 개설한 베트남 쿠캣의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현재 쿠캣마켓을 통해 PB제품을 판매하는 식품회사로 발돋움했다. 지난 5월 출시한 고구마빵은 두 달만에 5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 밀레니얼 입맛 겨냥…"네이버 최저가보다 싼 가성비"
쿠캣이 빠르게 식품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의 입맛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독특함', '재미'를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맞췄다.
쿠캣에서만 판매한 '대방어장'도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문주 대표는 지난 2년간 "겨울철 별미인 대방어는 왜 장으로 만들지 않을까?"고민했다. 어떤 채널에서도 제품이 나오지 않자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투자자를 통해 통영에서 생물을 잡아 서울에서 회로 뜬 뒤 배송해주는 업체를 만났다. 이 대표는 "업체에 대방어장을 만들 수 있냐고 묻자 바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어냈다"며 "다음주 바로 대방어장을 맛봤는데, 기름이 많은 생선으로 식감이 아삭해서 맛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방어장'이라는 신선한 키워드에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화답했다. 그간 판매해 온 연어장 대방어장 딱새우장 꼬막장 4종류는 지난 5월 쿠캣마켓 론칭 이후 24억원 어치를 팔았다. 기존의 오먹상점과 합치면 매출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쿠캣은 제품 기획단계부터 이용자(유저)들의 선호를 고려한다. 직원들의 '푸드 인사이트'가 뛰어난 덕분이다. 이 대표는 "내부 직원들이 모두 파워 인스타그래머이자 네이버 블로거로 트렌드에 앞서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잘 될 것 같은 제품을 찾아내고, 새롭게 조합을 하는 것을 잘할 수 있는 푸드 인사이트가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최저가보다 싼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기획하고 마케팅엔 자신이 있어서 직접 공장을 찾아 PB상품을 제작했다"며 "네이버 최저가보다 무조건 싸게 책정해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캣이 직접 생산 공장과 계약해 기획·마케팅을 전개해 유통구조를 대폭 줄인 덕분이다.
재구매율을 높여 마진을 확대하는 전략을 편다. 그는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박리다매' 전략"이라며 "유저들의 재구매율이 높도록 기획을 한다"고 설명했다.
10월말 기준 쿠캣의 회원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7만명 이상으로 매달 20%씩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초기엔 페이스북 광고도 진행했지만, 마케팅 비용은 매출의 10~13%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게 이 대표의 방침이다.
◇ 서울 오프라인 매장만 20곳…HMR 전문 편의점 '목표'
온라인 중심의 스타트업이지만, 오프라인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롯데월드 스트리트 몰에 6평 규모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쿠캣 상품을 시식해보고 홍보하는 점포로 출발했지만, 구매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지난 3월에 만든 매장은 스트리트 몰에서 매출 기준으로 1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 뿐 아니라 워킹맘이나 사회초년생 등을 겨냥하기 위한 점포로, 고구마빵이나 장류 만두 도시락 등이 잘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오프라인 매장은 'HMR 전문 편의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 매장을 2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의 유통채널을 이용하면 물류비, 수수료가 들어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백화점을 비롯해 유통채널에서 하루에 1군데씩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식대로 오프라인을 점령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제한적으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편의점 GS25와 협력해 첫 공동기획 상품인 '쿠캣김치삼겹꽃찜'을 내놨다. 지난달 초 출시와 동시에 GS25에서 요리·반찬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8월 쿠캣 채널에서 4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제품이다. 삼겹살을 김치에 말아 꽃 모양을 연출한 김치찜이다. 무게는 300g에 4900원으로 가성비를 앞세웠다.
상품 기획 과정에서도 '가성비'에 중점을 뒀다. 온라인에서 "이것 사먹느니 국밥 먹겠다"고 얘기하는 일명 국밥충을 겨냥했다. 국밥충은 오로지 국밥만을 고집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국밥충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국밥 못지 않은 가성비를 내도록 노력했다"며 "저렴하지만 구성이 좋은 한 끼를 먹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류 열풍…서구권에 한식 통할 것"
쿠캣은 올해 목표했던 매출인 1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매출액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연간 누적 매출액이 1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성장한 실적으로, 지난해 총 매출액(80억원)을 3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베트남에서 법인 설립 이후 스튜디오도 낼 계획이다. 그는 "베트남은 이머징 마켓 쪽이 워낙 성장성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 먼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끼리 FTA도 잘 형성돼 있는 만큼 국가들 사이에서 유통할 수 있는 축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은 되게 한국스러운 것을 좋아한다"며 "한국 여성들도 좋아하는 불닭볶음면이나 치즈가 왕창 들어간 퓨전 한식을 즐긴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도 현지법인 설립을 고민하고 있고, 홍콩 쪽은 유저들이 많아서 진출하고 싶지만 정치상황으로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홍콩 박람회에 나가서 현지 할머니들과 여고생들이 먼저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했던 만큼, 현지에서 인지도나 영향력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PB제품 판매를 비롯해, PB제품을 한국에 역수출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트렌드를 파악해 원물단을 한국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향후 원물단에서부터 판매망까지 아시아를 통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구권에서도 K레시피가 통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캐나다에서 사람들이 K-POP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걸 봤다"며 "요즘 외국 한식당을 가도 외국인들이 더 많고, 전 세계 현지 마트나 벤더들이 쿠캣 제품을 직접 팔고 싶다고 연락이 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구권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쿠캣은 PB제품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낸 뒤 밀키트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 육가공을 비롯해 신선제품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캣의 목표는 대기업 위주의 식품업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 저도 귀찮아서 '살기 위해 먹었을 정도'로 먹는 걸 즐기지 않았지만, 쿠캣을 운영한 뒤로는 15kg이 쪘다"며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채널로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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