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탁 사태'로 GSK와 결별…고심 깊어지는 동화약품

입력 2019-11-06 17:02   수정 2019-11-07 00:58

동화약품이 라니티딘 사태 후폭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맺은 판권 계약이 해지되면서 연간 600억원의 매출이 날아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다음달 31일 GSK의 일반의약품 공급 계약을 종료한다고 6일 밝혔다. 동화약품은 무좀약 ‘라미실’, 비강분무제 ‘오트리빈’, 감기약 ‘테라플루’, 위장약 ‘잔탁’(사진) 등 GSK의 인기 제품을 도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해왔다. 이들 제품은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화약품의 연 매출 3000억원의 20%에 해당한다.

동화약품과 GSK의 공동 판매 계약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말까지 3년 6개월이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파트너십을 해지하기로 했다.

GSK와 화이자헬스케어의 합병에 따른 신규 법인 설립으로 공급 계약이 종료된다는 게 동화약품 측 설명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라니티딘 사태가 결정적인 계약 해지 사유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분사, 신설 등 변동이 있더라도 법인이 존속하는 한 기존 판권 계약을 넘겨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GSK는 동화약품에 판권을 넘기면서 연간 매출 목표의 95%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해에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단서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약품은 지난 9월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유발 물질이 나오면서 판매가 중단되자 계약 조건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잔탁 때문에 다른 9개 품목의 판권까지 모두 빼앗기게 된 것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례가 오리지널 제품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불합리한 계약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라니티딘 사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불거졌다.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 품질 문제인데도 판매 대행사가 계약 해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제품은 판권 다툼이 치열해 회사에 불리한 조항이 있어도 계약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게 국내 제약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화약품 측은 “GSK와의 계약 해지는 라니티딘 사태 이전에 이미 약속된 것”이라며 잔탁 판매금지 조치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매출 목표의 95% 이상을 달성하지 못해도 양사가 납득할 만한 사안이 있으면 협의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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