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어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와 장기 계약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항공엔진 넘버 원 파트너’라는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엔진공장에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가 수주한 품목은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주력 항공기 엔진(트렌트)에 들어가는 터빈 부품이다. 트렌트는 에어버스 A330과 A330 네오, 보잉 B787 드림라이너 등 롤스로이스가 생산하는 최신 항공기 엔진이다. 고온·고압의 환경에 노출되는 특성상 높은 제조기술이 요구되는 첨단 부품이다. 2021년부터 2045년까지 25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12월 완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이 큰 밑거름이 됐다. 한국 공장(경남 창원)보다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품질은 같은 수준을 달성해 롤스로이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공장 엔지니어들을 베트남에 파견해 핵심 경쟁력인 제조 시스템을 전수했다. 베트남 현지 생산 인력들도 국내에서 수개월간 연수를 받으면서 생산 노하우를 습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P&W와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 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맺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한 항공기 엔진 개발사업은 참여 지분만큼 수익을 배분하는 RSP 계약을 맺는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을 RSP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엔 3억달러(약 3600억원)를 들여 미국 항공기 엔진 부품 업체인 이닥을 인수하기도 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사진)은 “엔진의 핵심인 터빈 부품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효율성이 높은 베트남 공장을 앞세워 엔진 ‘빅3’에서 추가 수주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비=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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