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수단은 전단지와 현수막이 전부였다. 당시 정치는 ‘통보’의 정치였고, 이런 흐름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이 발전하며 ‘노사모’ ‘박사모’ 등 온라인 카페가 생겨났고 댓글 문화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정치인을 위한 대중 ‘동원’의 장이었지, ‘소통’의 장이라 할 수는 없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치인과 유권자 간 소통이 본격 시작됐다. 물론 정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정책과 의결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정치는 ‘통보-동원-소통’ 단계로 발전해왔다. 네 번째 과제는 ‘참여’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철만 되면 전단지와 현수막이 난무한다. 추가된 건 문자 메시지가 전부다. 19세기형 정치인들이 20세기 제도의 틀 안에서 21세기 국민들에게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정치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대안으로 모색한 것이 ‘분산원장’ 기술, 즉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 경제에 적용되면 가상화폐와 같은 금융 대안이 될 수 있고, 정치에 적용되면 권리를 가진 당원과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새로운 정치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사회적 도구로는 ‘투표’를, 최고의 기술적 도구로는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투표’에는 결정적인 장애가 있다. 바로 투표의 당사자가 합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가 혹은 그 결과가 조작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익명성과 신뢰의 문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정책을 제안한다. 이런 과정을 감시하고 의결 및 정치적 의사결정까지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1980년대 치열한 학생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블록체인을 통한 정치 변화를 논한다는 자체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대범하게 도전하고 담담히 수용해야만 인물·지역·패권에 사로잡혀 극단적 국론 분열에 시달리는 한국 정치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정치의 4차 혁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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