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소비의 시대에 물건들은 그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버려진다. 생명체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도 예외가 아니다. 장식용으로 사용된 꽃은 시들면 곧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작가는 버려진 꽃과 생활용품으로 정물사진을 찍어, 그런 소비사회의 정서에 반기를 들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고, 모든 것들이 만개할 때만 고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는 소멸되어 가는 사물들의 처량한 모습을 묘사한 하르멘 스텐베이크의 정물화 ‘바니타스의 알레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덧없는 생명의 안타까움이 아닌,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다. (서이갤러리 1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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