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내년 총선공약으로 '모병제 카드' 만지작

입력 2019-11-06 18:01   수정 2020-11-02 15:46


여권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으로 모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으로 현재의 60만 상비군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약점인 ‘이남자(20대 남성)’의 표심(票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6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등과 모병제 도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원장의 의지가 일정 부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가야 할 방향이지만 ‘당 차원에서 총선 공약에 포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줬다”고 답했다.

민주연구원은 모병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입대 가능한 20세 남성 인구는 내년 33만 명에서 2022년 25만 명으로 급감한다. 2037년엔 20만 명 선이 무너진다. 정병두 국방장관도 지난 9월 국회에 나와 모병제 도입과 관련,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활력회의에서 “상비군 인원을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중간 간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력 및 병력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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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인구절벽·'20대 남자' 이탈에 모병제 검토…총선 '뜨거운 감자' 될 듯

군 복무 기간 단축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 따라 군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였다. 전력 약화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서 더 과감한 공약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모병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맞춰 병력 구조를 미리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병제가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도입이 공식화되면 격렬한 사회적 찬반 논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20대 남성 겨냥한 정책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당 정책위원회와 내년 총선 공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병제 도입 방안을 꺼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6일 “궁극적으로 가야 할 목표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의지도 어느 정도 담겨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연구원이 ‘모병제 카드’를 꺼낸 이유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 인구 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2028년 519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른바 ‘인구 절벽’을 맞는다. 2067년에 한국 인구는 3929만 명(1982년 수준, 통계청 추계)으로 떨어진다. 20대 인구 역시 급감한다. 국방부는 군 입대 연령인 20세 남성 인구가 내년 33만 명에서 2025년엔 22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7년엔 2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군 내부적으론 상비군 인원이 35만 명 수준까지 급감하는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편제 개편을 고민 중이다.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군 병력은 59만9000명이다. 북한(128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준 상황에서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친문(친문재인) 중진 의원은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군 정예화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론 모병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최재성 의원은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하면 징병제하에선 군의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당 지도부에도 이런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을 붙잡기 위한 정치적 고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페미당(페미니스트당)’ 비판 현상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모병제는 이들을 달래기 위한 공약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 매력적인 공약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병제에 대한 여론도 나쁘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18 국방사회조사통계사업 정기조사 보고서’에서도 점진적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46%로 2016년(40.1%)보다 높아졌다. 전면적 모병제(11.7%) 도입 의견까지 합치면 57.7%가 찬성하는 셈이다.

국방부 “검토한 바 없다”

민주당은 민주연구원과 달리 총선 공약 채택엔 신중한 입장이다. 워낙 큰 사안인 데다 자칫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때문에 안보를 등한시한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전제로 모병제 도입에 찬성했다. 민주당도 비슷하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아직 남북은 전쟁 중인 상태다. 정전협정 등의 조건이 없다면 모병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민주연구원에도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안보 측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모병제에선 양질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은 지원자가 없다 보니 1년짜리 계약직도 뽑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구 구조를 고려해 모병제와 징병제를 혼합하는 건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현 국방비 수준에선 모병제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국방부는 모병제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긴 했지만 아직 관련 협의를 한 바는 없다”며 “군사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 등 여러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국회에서 “장기적으로 모병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설명이다.

군이 병력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 중인 ‘유급지원병제’의 운영률이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근거로 지적된다. 유급지원병제는 병장 복무를 마친 후 업무별로 월 145만~205만원을 주고 6~18개월 동안 ‘전문하사’로 복무하는 제도다. 유형-1(전투·기술 숙련) 충원율은 수년째 50%대에 그친다.

김우섭/김소현/임락근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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