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산단 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는 주성철 두산중공업 고문은 “자동화나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원가 싸움은 중국을 이기기 힘들다”며 “제조업 집적지인 산업단지가 산업별 제조 혁신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이를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단지는 특정 지역에 산업체가 밀집해 있고 자원이 풍부해 공유경제 플랫폼을 발달시키기에도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기 반월시화와 경남 창원(스마트산단 선도산단)에 도입될 ‘공유경제’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교통 사각지대에 카셰어링·카풀
산업단지는 전국 지역별로 도시 외곽에 있어 차량 없이는 출퇴근이 어렵다. 버스 노선이 부족하고 시내에서 택시로 이동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출퇴근은 고질적인 문제다.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 아예 자가용 소지자를 찾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산단은 교통체증과 주차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사회적 기업인 쉐어앤쉐어(대표 조종운)는 승차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카풀로’를 앞세워 문제 해결에 나섰다. 산업단지 내 소속 기업의 임직원 중 목적지가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운전자와 동승자)이 함께 출퇴근하는 것이다. 카풀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택시업계로부터 불법으로 비판받고 있다.
쉐어앤쉐어는 산업단지 내 출퇴근용으로만 범위를 한정했다. 지난해부터 충남 아산테크노밸리에서 시범 테스트를 시작했다. 하루 이용 횟수가 2회(출퇴근), 운행지역은 회사 부근으로만 제한된다. 운전자는 주민등록증과 차량등록증, 보험 등록, 재직증명서 등 일곱 개의 서류로 신분을 확인한다. 운전자는 기름값을 보전받고 동승자는 교통비를 절감하는 구조다. 이용요금은 택시보다 저렴하다.
롯데렌탈의 그린카(대표 김상원)는 다음달부터 반월시화 산단에서 기업을 상대로 ‘법인 카셰어링’을 도입한다. 외근 및 출장 등 필요할 때만 법인 차량 대신 공유 차량을 활용하도록 했다. 주행거리, 주유 여부, 사용 용도, 결제금액 등 장부 관리의 수고스러움과 기업의 고정비용을 줄여준다. 휴대폰 앱을 통해 산단 내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량을 빌리고 목적지 주변에서 반납하면 된다. 최소 대여시간 30분(10분 단위로 추가 가능)부터 최대 5일까지 빌릴 수 있어 효율적이다. 가입 기업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차량을 사용하더라도 연계 혜택을 제공한다. 전국 3300여 개 차고지(그린존)에서 8000여 대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린카는 스마트산단 입주기업에 한해 매달 다양한 쿠폰을 추가 제공한다. 전기차와 신차 위주로 배치할 예정이다.
○제조·생산의 든든한 지원자
마이다스아이티(대표 정승식)의 다양한 CAE(컴퓨터 이용 공학) 소프트웨어는 제품을 제조할 때 필수적인 시제품 제작과 실험을 컴퓨터상에서 공학적 시뮬레이션(검증)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제품의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미리 가상세계에서 부품이나 시스템을 돌려보기 때문에 직접 만들고 실험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시켜 준다.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맞춤형 CAE 통합 솔루션 ‘마이다스 메쉬프리(MeshFree)’는 최적의 설계기법을 제공하고 해석작업 시간도 기존 제품의 20% 미만(1주일→1일 이내)으로 단축시켜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K-메시프리’라는 공학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에 보급할 계획이다. 반월시화 및 창원 스마트산단 입주기업엔 추가로 2차원 컴퓨터지원설계(CAD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도 무상 지원할 계획이다.
샤플(대표 진창수)은 소비자 참여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혁신 제품으로 실현시켜 주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이다. 깜찍한 임신진단기부터 코르크 지구본, 독특한 모양의 자전거 등 여러 생활용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와 예비 창업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제품을 만들려는 수요자와 시제품 업체, 전문 생산공장 등 제품 공급자를 연결해 준다. 제작 요청에서 견적 비교, 시제품 계약, 결제, 제작, 판매까지 맡아 진행한다.
전 세계 생산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산단 시범사업에선 시제품 제작 서비스 할인, 온라인 제조 서비스 매칭 수수료 면제, 해외판로 개척 및 워킹샘플 제작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정보·물리적 통합 보안 인프라
국내 대표적인 정보보안 업체인 SK인포섹(대표 이용환)은 기업의 웹서버, 연구 기밀, 개인 정보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합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사 예정자가 주말에 출근했을 때 회사 현관과 사무실 출입 기록이 모니터링되는 순간 폐쇄회로TV(CCTV) 영상, 컴퓨터 접속 기록 등이 모두 연결된다. 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프린터 출력이 안 되거나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질 수 있다.
김경수 SK인포섹 디지털시큐리티(DS)사업그룹 수석은 “ADT캡스의 긴급 출동 서비스와 무인 경비 시스템, 이노뎁의 영상관제 솔루션 및 지능형 클라우드를 결합해 산단 전용 산업안전 보안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보안이 사물인터넷(IoT)·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산업 안전 사고 예방 서비스로 변신한 것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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