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프리랜서 운전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종업원'으로 인정되면 노동관계법에 따라 보호 대상에 포함돼 각종 수당 지급 의무 등이 생긴다. 사용자 입장에선 이들 종업원 인건비 등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고용부의 이번 판단은 최근 공유경제 사업 모델 확산에 따라 언제든 편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고 돈을 버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특히 눈길을 끌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요기요 배달원 5명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요기요는 주문 수가 적은 강북에서 배달기사를 모으기 위해 고정급 성격 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원래 계약과는 다른 시급 및 근무조건을 통보하면서 기사들이 반발했다.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했는데 요기요가 일부 고정급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 지시 △출근 후 점심시간까지 보고 △특정 지역에 파견 같은 업무 지시와 통제를 했다는 근거를 댔다. 사실상 지휘·감독 했으므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요기요는 배달원들과의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 계약이며 지휘·감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고용부는 최종적으로 "진정인들의 근무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배달원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도 "이번 판단은 진정을 제기한 배달원들에게만 적용된다"며 여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한 판단이 확산되는 데는 선을 그었다.
고용부의 선 긋기에도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초긴장 상태다. 긱 이코노미족의 '유연한 노동시간'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키워가는 플랫폼 업체들이 요기요 사례와 유사하게 이들을 '종업원'이나 '근로자'로 직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급증해 사업모델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어서다.
당장 이번 진정을 주도한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판단은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쿠팡잇츠' 등에도 적용된다. 이번 고용부 판단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다' 같은 노동법도 안 지키는 기업을 (정부 관료들이) 혁신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플랫폼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사업자에 대한 반칙"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가장 곤욕을 치르는 곳은 승합차 호출 서비스 업체인 타다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타다 운전자들을 사실상 '불법파견'으로 규정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대부분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기사들은 일정액의 고정급을 받는 파견기사와 달리 콜 횟수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이들 프리랜서 기사는 타다에 '종업원'으로 고용된 게 아니어서 투잡(two job)도 가능하다.
만약 타다가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면 인건비는 크게 뛴다. 지난 9월 기준 타다에 직·간접 고용된 드라이버는 총 9000명가량으로 타다는 내년까지 이를 5만명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좋은 비교 대상이다. 쿠팡은 작년에 약 6000명의 직원들의 인건비로 9866억원을 쓰고 1조1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쿠팡의 최근 6년간 누적적자는 3조원에 달한다. 직고용 배달기사인 '쿠팡맨'을 크게 늘린 영향도 있다.
이에 쿠팡은 주부, 직장인 등 일반 시민을 '간접 고용'해 이들이 남는 시간으로 '배송 알바' 할 수 있는 '쿠팡 플렉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건비를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 배송 상자 하나당 거리에 따라 750~2000원을 지급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 배달원들도 90% 이상이 개인사업자다. 역시 배달 건수나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다. 배민 관계자는 "대부분 배달원들이 일정 부분 의무가 따르는 '월급제' 대신 투잡이 가능하고 원하는 시간에 근무가 가능한 프리랜서를 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기요 배달원 5명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용부 판단이 다른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확산될 경우 타다, 배민 같은 업체들은 가격인상 외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부의 이번 판단이 고정급을 일부 받았던 특정 배달원들에게만 해당된다 해도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번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플랫폼 노동자 지위를 놓고 논란이 이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플랫폼 노동자 처우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9월 차량공유업체 '우버' 기사를 포함한 개인사업자 신분의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버는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캘리포니아주 우버 기사들을 피고용인으로 인정하고 실업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우버는 현재 건강보험 등을 제공하되 개인 사업자 신분은 유지하는 '절충안'을 주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긱 이코노미의 일자리 형태를 기존 제도 틀로만 바라볼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제도를 손질할지에 대해 더 이상 논의를 미루기 어렵게 됐다. 다만 새로운 산업과 경제에 침대보다 키가 크면 잘라내고 작으면 잡아찢어 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는 건 곤란하다.
처음부터 완벽함을 요구하고 그 틀에 맞지 않으면 불법으로 몰아가기보단, 긱 이코노미의 소비자 편익 또한 동등한 무게로 놓고 적합한 형태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정규직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플랫폼 노동자들이 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새롭게 보완해야 한다"며 "플랫폼으로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산업이 많아져야 국민의 소득도 높아지고 편익도 증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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