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 폐렴 대상포진 등 감염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들 질환을 예방하려면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임신부 등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감염 질환에 대비해야 한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만성질환의 일종으로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의 빈도가 잦고 증상이 심각하다”며 “독감, 폐렴 등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 술을 많이 마신 알코올 중독 환자는 백혈구 양과 항체 생성량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몸속 면역체계가 망가져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성, 세균성 질환에 감염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고려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에 따르면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독감 예방백신 접종률이 떨어졌다.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국민 1만2252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비교적 안전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사람보다 건강을 더 많이 생각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때문에 독감 예방 접종률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사람은 건강을 덜 생각하고 이 때문에 독감 백신도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겨울철 환자가 늘어나는 독감은 매년 12월부터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독감 예방백신은 접종 2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 6개월 정도 지속된다. 11월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독감은 예방접종을 통해 70~90% 예방할 수 있다.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전 원장은 “면역력이 약한 알코올 중독 환자가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며 “백신을 접종한 뒤에는 독감에 걸려도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고 합병증 발생위험도 낮아진다”고 했다.
환절기에 생기기 쉬운 폐렴구균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폐렴구균은 폐렴 원인이다. 독감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폐렴은 독감보다 사망위험이 높은데 알코올 중독 환자는 폐렴 질환에 더 취약하다. 10년간 1만9000명의 폐렴 환자를 조사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 관련 문제가 없는 사람은 폐렴 사망률이 17%였지만 알코올 사용 장애 등이 있는 사람은 폐렴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폐렴은 위험성에 비해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뿐 아니라 고령층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은 사람은 폐렴구균 백신을 미리 맞아야 한다.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잦은 회식 등으로 술을 많이 마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독감 백신과 함께 폐렴구균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독감 합병증인 폐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독감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매년 맞아야 하는 독감백신과 달리 종류별로 평생 한두 번만 접종하면 된다. 전 원장은 “술을 많이 마시는 알코올 중독 환자 대부분은 신체 면역시스템이 무너져 사실상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라며 “시기를 놓치지 말고 예방접종을 받아야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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