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바뀐 外人, 채권 팔고 주식 산다

입력 2019-11-07 17:23   수정 2019-11-0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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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 시장에서 ‘채권 매수·주식 매도 우위’를 취해온 외국인투자자가 돌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이후 채권 시장 약세·주식시장 강세에 베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준금리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인식에 채권 금리가 반등하면서 채권시장 호황이 ‘끝물’ 아니냐는 시각이 형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가 안도 랠리를 불러오고 있지만, 상승장이 계속되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 반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현·선물 사들이는 외국인

7일 코스피지수는 0.14포인트(0.01%) 오른 2144.29로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이 다음달로 연기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하루 종일 보합권에서 맴돌다 장 마감 직전 상승세로 돌아섰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며칠 동안 계속 올랐던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5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지만 증시 반등에 대한 베팅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6일까지 1조10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물 매수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은 7일 코스피200 선물을 1162계약 순매수한 것을 포함해 지난달 15일 이후 총 2만3136계약을 순매수했다. 통상 증시 상승이 예상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락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10년물 국채선물을 3조934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4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10년물 국채선물지수는 지난 9월 말 132.83에서 지난 6일 128.89로 3.0% 급락했다.

기초자산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456%에서 연 1.820%로 0.364%포인트 치솟았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고채 발행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에 더해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외국인이 국내 채권금리 단기 상승에 베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향후 전망

채권시장 약세·주식시장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미·중 무역분쟁 타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반등 기대가 더해지면서 단기간에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며 “다만 최근의 글로벌 경기 상황을 봤을 때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최근 채권시장을 보면 단기 금리 상승에 베팅한 외국인과 저가 매수를 노리는 국내 기관이 맞붙고 있다”며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기 전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도 상당 기간 눈치 싸움을 벌이며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까지 빠른 속도로 올라왔지만 차익실현 물량과 각종 경기지표에 따라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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