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는 펀드 투자자산과 대출금(약 3500억원)을 포함해 전체 5억달러(약 58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수익권을 R사에 넘겼다. 펀드 손실 확대가 우려되자 투자회사 R사와 재구조화 계약을 맺어 손실을 이연하기 위한 것이다. 그 대가로 R사는 약속어음(P-note)을 지급했다. 3년 뒤(2022년 6월) 5억달러의 60%, 5년 뒤(2024년 6월) 나머지 40% 대금을 받는 조건이다. R사는 잔금 지급 시점에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30% 손실까지는 우선 떠안고 매년 5% 이자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손실률이 40%면 30%를 제외한 10%만 떠넘기는 방식이다.
재구조화 계약이 아니라면 일반 투자자는 심각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신한금투가 라임운용을 상대로 일으켜준 대출 비율을 감안하면 40% 손실만 나도 원금 대부분을 까먹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펀드 기준가 관리가 불투명하고 R사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등에서 재구조화 계약의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라임운용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무역금융펀드가 2년 동안 17.8% 수익을 내고 있다”며 기준가가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기준가는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투자 비중이 과반수지만 지난해 4분기 대출채권 급락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미에 집중 투자하는 모펀드 한 곳(투자비중 40%)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무역금융 전문가는 “기대수익 연 7%짜리 펀드자산을 사오면서 매년 5% 이자를 지급하면 연 2% 이자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이는 투자원금 자체가 깨지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기준가가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계약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R사는 석탄이나 곡물, 금속 등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묶어 한국 운용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전체 자산 규모는 9억달러, 연매출은 20억달러 수준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R사는 매출채권을 파는 회사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도 거래가 있다”며 “전체 자산의 절반이 넘는 5억달러 펀드수익권을 사온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 판매사들은 재구조화 계약서, 회계실사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라임운용 측에선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사와의 계약서가 실체가 없고 손실을 이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와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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