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살려야

입력 2019-11-07 17:25   수정 2019-11-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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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모펀드는 가장 관심을 모으는 금융상품이었다. 사모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 사모운용사에 지난 4년간 200여 개사가 진입하는 등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침체된 국내 산업을 이끌어 갈 분야로 사모펀드가 손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확정 및 모 운용사 헤지펀드의 환매 중단 등으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급반전하고 말았다. 사모펀드는 문제투성이고, 투자하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평가가 적절한 것일까. 물론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사모펀드 시장 자체의 장점이나 순기능에 대해서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모펀드는 비상장기업, 벤처기업 등에 투자(자금 공급)하는 이른바 모험자본 역할을 한다. 올 4월부터 상용화된 5세대(5G) 서비스 통신장비업체인 K사의 사례를 보자. 이 업체는 최근 몇 년간 수주 감소 등 실적 악화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제2금융권에서 연 17%의 고금리 대출을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초 전문 사모운용사들이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K사는 올 3분기 기준 1000억원대 흑자로 대반전하는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높은 투자수익률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둘째, 사모펀드는 전문화·특화를 바탕으로 저금리 시대 대체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려준다. 국내 200여 개의 사모펀드 운용사는 자산별(부동산·인프라·비상장 등), 국가별(호주·베트남·미주 등), 투자기법별(메자닌·P2P·로보어드바이저 등) 전문성을 갖추고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내세우는 회사가 많다. 이런 대체투자는 전통 자산보다 대체로 수익률이 높다. 국내 연기금의 지난 3년간 주식·채권 투자수익률은 2~3%에 불과한 데 비해 대체투자 수익률은 8%대로 상당히 우수하다.

셋째, 사모펀드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2015년 350여 명이던 전문 사모운용사 임직원 수는 올 6월 말 기준 3000명까지 늘었다. 다른 금융권의 고용 감소와 달리 매년 두 자릿수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

사모펀드업계 종사자들은 사모펀드 시장과 산업이 ‘성장’뿐 아니라 ‘성숙’돼야 한다는 점에 동감하는 것은 물론 책임감도 느낀다. 그러나 사모펀드산업이 2015년 말 규제 완화를 계기로 본격 성장했기에 사람으로 따지면 아직은 어린이 정도의 초기 단계다. 이번 기회에 고칠 것은 고치고 가다듬을 것은 가다듬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힘차게 성장하는 사모펀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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