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7월 초부터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지 1년4개월 만에 상대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1단계 무역협상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관세 철폐 시기와 구체적인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해 다음달께 만날 때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중은 지난달 10~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당시 합의 내용에 관세 철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중국은 앞으로 2년간 5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시장 개방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힘쓰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당초 10월 15일로 예정됐던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 인상(25%→30%)을 보류했다.
미·중 정상이 합의 서명을 위해 다음달께 만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보다 진전된 사항이 포함돼야 하고 관세 일부 폐지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양측이 올해 들어 새로 부과한 관세부터 먼저 없앨 것이란 예상이 많다.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겨온 미국은 지난 9월 1일부터 새로운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 중 약 1100억달러 규모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는 중국산 의류, 신발, 기저귀, 콘택트 렌즈 등 생활용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11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율을 적용해오던 중국도 이에 맞서 같은 날부터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관세 5~10%를 매겼다. 콩 등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 등이 들어가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9월 1일부터 부과하기 시작한 11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를 먼저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에 관세 일부 폐지를 담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서명이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은 1단계 합의 서명을 둘러싸고 논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이달 중순쯤으로 예상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다음달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두 정상의 서명식 장소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3~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영국 런던에서 만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또 다른 서명 장소로 유럽과 아시아 국가가 있지만 유럽일 가능성이 더 크고 이 경우 스웨덴이나 스위스가 거론된다고 전했다.
미·중이 지난해부터 부과한 상대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2, 3단계 무역협상을 거치고 나서야 폐지될 전망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중 무역협상은 3단계로 이뤄지며 핵심은 2, 3단계라고 강조해왔다. 로스 장관은 2단계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근절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구조적 문제이고 3단계는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장치에 대한 것이라며 2, 3단계 합의가 “진짜 알맹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가능한 한 빨리 모든 관세를 철폐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약속 이행을 담보할 도구로 고율 관세 부과 품목을 최대한 많이 남겨두겠다는 의도”라며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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