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자사고 폐지에 분상제 실시까지…강남 집값에 기름 부었다

입력 2019-11-08 11:13   수정 2019-11-08 11:14


강남 집값이 5개월째 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달부터 예고했던 교육 및 부동산 정책들이 한꺼번에 발표됐지만, 집값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상승세와 매물 사라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야당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등학교가 '일류·이류'로 서열화돼 위화감 등 문제가 있다고 봐서다. 자사고·외고가 폐지되면 '강남8학군'이 부활한다는 우려에 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최근 통계를 봤을 때, 고교 체제 개편이 강남 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가 실제화된 경우가 없다"면서 "심리적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잘못하면 서울 집값 띄우기 정책으로 이어진다. (학군이 좋은) 강남·목동 띄우기다"라며 "8학군 성역화 정책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이) 본인들 자녀는 이미 특목고, 자사고, 유학을 다 보내고 국민 기회만 박탈한다는 지적도 더했다.

◆나경원 대표 "자사고 일괄폐지, 8학군 성역화 정책될 것"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학군이 좋은 일반고를 선호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강남 대치동만 봐도 근거리 배정 원칙에 따라 단국대부속중·고등학교와 숙명여중·고 등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기존에 대치동 학원가를 비롯해 강남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진입하려는 수요자들은 대기중인 상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첫째주(11월 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주(0.09%)와 동일했다. 지난 7월 이후 19주 연속 상승중이다. 비록 분양가 상한제 지역 발표 직전의 시세지만, 상승세와 매물 부족 현장은 유지되고 있다.

강남4구의 경우 지난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0.12% → 0.13%). 송파구(0.15%), 서초구(0.13%), 강남구(0.12%), 강동구(0.10%)에서 0.10% 이상 상승했다. 강남 4구의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동작구(0.13%)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건 매물이 귀해진 탓도 있다.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내놓겠다고 밝힌데다 강남에 실거래가 합동조사까지 나섰다. 강남의 주요 공인중개사 사무실들은 임시 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그나마 나오는 매물들은 개별 전화나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심리에 집주인들은 좀처럼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동지정…¨정부가 유망지역 꼽아준 격"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공급 위축 우려로 청약 시장은 들끓는 상태다. 모델하우스를 보지도 않고 청약하는 '묻지마 청약'까지 급증했다.

물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현재보다 최대 30%까지 내려간다. 문제는 전매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점이다. 최대 10년까지 전매가 금지되다보니 시장에 나올 매물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을 추진중인 조합들이 위축돼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등 8개 구에서 27개 동(洞)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로 지정했다. 강남구에선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동 등 8개 동이 지정됐다. 서초에선 잠원·반포·방배·서초동 등 4개동, 송파구에선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동 등 8개동이 해당된다. 강동구 둔촌동과 길동도 상한제 대상 지역에 들었다.

전문가들도 '공급위축'과 '매도자 우위 시장'을 예측하고 있다.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수요자들(고점 청약통장 보유자, 현금 부자)들은 유리하겠지만,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분양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에서 당첨이 되려면 60점(84점 만점) 이상이거나 특별공급자격을 갖춘 청약대기자여야 한다. 청약1순위 요건은 무주택자, 세대주, 과거 5년 내 당첨사실이 없어야 한다. 강화된 전매제한(5~10년)을 고려하면 환금성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는 수요자여야 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은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신규공급을 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주택은 총 공급량의 30% 정도로 희소성이 강하다"며 "재건축 지위양도금지 및 분양권 전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주택시장 유통매물 또한 많지 않다 보니 당분간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정 지역은 정부가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것과 다름 없다"며 " 지정지역으로 청약 쏠림이 되는 반면, 지정되지 않는 지역은 청약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부 차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추가 지정할 수도"

한편 정부는 일부 집값 과열 우려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추가 적용하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교통인프라 여건을 망라한 3기신도시가 공급되고 서울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도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고 있다"며 "공급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참여정부와 달리 우리나라가 주택 보급률 100%를 넘었고 서울도 주택 보급률이 약 96% 수준이라는 것. 공급 여건이 훨씬 개선이 돼 과거와는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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