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한국에서도 '라이너스 폴링'의 탄생을 소망한다

입력 2019-11-11 09:00  

올해 노벨상 수상이 마무리됐다. 노벨상 수상 분야는 6개인데, 그중 절반이 자연과학인 만큼 과학상 비중이 크다. 매년 10명 정도의 과학자가 수상의 영광을 안음에도,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수상의 문턱이 높다. 이렇게 받기 어려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노벨상이 평화상 단 한 개뿐임을 감안하면 부럽기까지 하다. 두 번 받은 수상자는 마리 퀴리, 존 바딘, 프레드릭 생어, 그리고 라이너스 폴링이다. 폴링을 제외하면 과학 분야에서 두 번 받았다. 폴링은 특이하게도 화학상과 평화상을 수상했다.

폴링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학자로 꼽힌다. 그의 업적은 주로 화학 결합 이론에 대한 것으로 전기 음성도, 혼성 오비탈, 공명 구조가 대표적이다. 또한 분자생물학에 조예가 깊어 DNA 구조를 제시하기도 했다. 폴링은 화학에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195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폴링은 다른 과학자들과 다르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의 위험성을 목격한 폴링은 1946년부터 반핵 운동에 앞장섰다. 폴링은 핵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꾸준히 발표하고, 핵실험 금지 청원에 동료 과학자들 서명을 받아냈다. 1954년 노벨상 수상 이후 그의 반핵 운동은 파급력이 커졌고, 1963년 미·소 핵협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그해 폴링은 과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과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동시에 사람들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과학기술의 악용을 막기 위해선 과학자들의 사회활동이 중요하다. 과학자의 양심 발언은 정치인, 기업인 등 이해당사자로부터 공격받기도 한다. 폴링 역시 반핵 운동을 펼치면서 공산주의자로 매도당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폴링 같은 과학자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더 늦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과학자들이 많아 과학자들의 사회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보다 많은 과학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진 과학자들 발언이 다른 분야 지식인보다 영향력이 작다. 그러나 환경 오염·원자력·핵 등 과학적 문제가 많은 오늘날, 과학자들의 활동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한국에서도 ‘라이너스 폴링’의 탄생을 기원한다.

손지오 생글기자(대전과학고 1년) sohng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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