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개인 소셜미디어(SNS)까지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에서 협의 중인 내년 정부 예산안의 조항에는 조세 회피와 세금 사기 등의 정황을 찾기 위해 당국이 개인의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프랑스 안팎에서는 정부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우려를 하고 있다. 대량의 공용 데이터 수집 권한을 줌으로써 국가의 온라인 감시가 대폭 강화되고 개인의 자유 침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하원 금융위원회가 검토한 초안에서는 세관과 세무 당국이 3년간 시험적으로 데이터 감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안대로라면 프랑스 정부는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프로필과 사진, 게시물에 대한 감독과 함께, 조세 포탈과 밀수, 미신고 수입품의 흔적을 파악하기 위한 컴퓨터 알고리즘 사용도 가능하다.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은 일간 르피가로에 "만약 당신이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데, 당신의 인스타그램 등에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이 계속 올라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레퓌블뤼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소셜미디어 감독 강화 규정은 연말까지 의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 프랑스 정보보호 당국과 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 보장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인 라콰드라튀르뒤넷의 법률고문 아르튀르 메소는 "목적 없는 실험은 있을 수 없다"며 "모든 것에 대한 일반화된 감시를 허용하는 것은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사생활 보호에 가장 충실한 기관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도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CNIL은 "조세 회피 등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정부의 목적은 적법하다"라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은 일부 인정했다.
한편, 다르마냉 장관은 이날 각료회의 직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의 완전한 도입을 위해서는 CNIL와 프랑스 고등행정법원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도 탈세와의 전쟁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방안에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미국이나 영국 같은 다른 나라들은 2010년부터 이미 이런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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