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스타 부동산 블로거’들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이 투기를 조장하면서 집값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기 조장 모니터링”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유명 블로거 등 투자세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산과 광주, 대전 등 대도시에 작전 세력이 진입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올여름 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점차 지방으로 번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첫째주 0.04% 올라 7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울산은 지난달 초 2년6개월 만에 기나긴 하락장을 끝내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량 공급이 이어지던 부산도 해운대구 집값도 116주 만에 상승 반전하는 등 훈풍이 불 조짐이다. 규제를 모두 피한 대전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5%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유성구(6.91%)와 중구(6.48%), 서구(5.35%)의 상승률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일부 유명 블로거가 일반인들에게 바람을 넣거나 조직적인 투자에 나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토부는 판단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온라인 활동까지 이례적으로 경고를 하고 나선 이유다. 그만큼 집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힌 부동산 강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지난해 유명 블로거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유명 블로거 A씨는 “신고가 누락된 강연료 등에 대한 세금을 추징당했다”며 “더 이상 논란을 사고 싶지 않아 대외적인 활동을 접었다”고 말했다. 다른 강사 B씨는 “지방의 한 큰손은 세금을 15억원 이상 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토부는 당장 처벌 등을 검토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기보단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세무조사 등의 처벌 권한을 갖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카톡방·유튜브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가장 보편화된 부동산 홍보 수단이다. 중개업소나 분양대행사 등 부동산업계는 대부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상품을 소개한다. 제도권 전문가나 ‘재야’ 투자자들도 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분석을 전달하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한다.
문제는 일부에서 야금야금 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출판하는 등 유명세가 쌓이면 투자단을 모집하고 단체 ‘임장(현장 답사)’을 진행하는 등 조직화 수순을 밟는다. 지역 추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특정 단지를 찍어주는 등 노골적인 띄우기도 비일비재하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지적했다. 이 같은 모임은 유료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밴드로 ‘헤쳐 모여’를 하는 등 점차 음성화되는 추세다. 소득신고를 누락하는 강사들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들이 행동에 나서면 지방 도시 아파트 시세는 춤추듯 움직인다. 전남 광양은 지난 1월 외지인 매매거래 비율이 61%까지 치솟은 뒤 연초 내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쓸어담은 특정 단지는 2개월 동안 143건이 거래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고도 많다. 강사의 추천만 믿고 움직였다가 물리는 경우다. 블로그 등으로 회원을 모집해 ‘묻지마 갭투자’를 부추긴 뒤 컨설팅비와 중개비 등 수수료를 챙기던 유명 강사 D씨는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유튜브에선 ‘기획 부동산’이 활개치고 있다. 호재가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현혹해 물건을 파는 방식이다. 재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곳이나 분양자격 등에 하자가 있는 ‘지분 쪼개기’ 형태의 신축 빌라를 멀쩡한 것처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전문 유튜버 E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콘텐츠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단순한 수급 여건이나 정책 부작용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부 투자자들의 비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자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전세나 매매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는 행위도 ‘고급 스킬’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는 상황인 탓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보 전달이 빨라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군집행동에 따라 시장이 꿈틀거린다”며 “공짜로 대박의 기회를 안겨주는 착한 자선 사업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형진/최진석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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