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침술효과’가 서울 종로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촌(세종마을)은 한때 낙후된 주거지역으로 꼽혔지만 윤동주문학관, 박노수미술관 등 문화예술공간을 거점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종로구는 10여 년간 사실상 방치됐던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를 ‘숲·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종로구 같은 구도심의 재생을 위해선 지역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문화인프라를 구축해 주변 지역에까지 활력을 불어넣는 침술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지론이다.
문화인프라로 주변 지역에 활력
김 구청장은 취임 첫해인 2010년부터 민간 소유인 송현동 부지(3만6642㎡)를 정부와 시가 매입해 시민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해왔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과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종묘를 잇는 공간이다. 북촌, 세종마을, 인사동 등이 주변에 있어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시민의 휴식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구청장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도 들러서 쉴 수 있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종로구 내 유일한 자리”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지난 2월 토지 소유주인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한 이후 두 차례 토론회를 여는 등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가 있던 송현동 부지는 2002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매입했다가 2008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특급관광호텔을 지으려고 했으나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학교보건법에 부딪혀 무산됐다.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을 조달할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공원화하자는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100인 시민 토론회’에서 토론 참가 신청자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6명 중 87.5%가 송현동에 숲·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산림청에서 발표한 ‘전국 도시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1인당 생활권 숲 면적은 4.38㎡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 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물 간 네트워크 조성
종로구는 새로운 문화인프라를 조성해 주변 지역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들 간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청진동이다.
2021년이면 광화문역에서 종각역까지 지하보행로가 연결된다. 광화문 지하도로에서 청진공원 하부를 통과해 그랑서울까지 이어지는 155m 길이의 지하도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광화문역과 종각역이 연결되면 시민들은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교보생명빌딩부터 KT광화문빌딩, D타워, 그랑서울, 종로타워 등 대형 빌딩 8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
종로구가 2016년 조성한 두 역 사이 지하보도 중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게 된 것이다. 해당 구간은 도시환경정비 사업의 완료지구와 미시행지구가 얽혀 있는 데다 일부 건물 소유자 설득 문제에 부딪혀 단절돼 있었다. 그런데 6월 청진공원에 있는 14.2㎡ 사유지를 종로구가 사들이면서 이 구간을 이을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이 땅을 매입하면서 지하보도 공사에 필요한 도로 폭 6m가 확보됐다. 공사비는 서울시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2021년 초 개통이 목표다.
김 구청장은 “지상에서 단절된 건물들이 지하에서 연결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비와 눈, 추위를 피해 지하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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