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전 세계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최고치를 경신한 데서 세계인들의 안도감을 읽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관세가 철폐된다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브리핑도 내놨다. 세계경제를 짓눌러온 교역량 감소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 비롯된 현상들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섣부른 낙관론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양국의 갈등이 단순히 무역수지의 ‘숫자’를 밀고당기는 수준을 넘어 패권국 지위를 두고 벌인 체제경쟁 성격이 짙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양국 정상이 합의문에 최종 서명을 하게 되더라도 근본적인 합의가 아닌 ‘봉합’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내 반발 강도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적 행동을 감안해볼 때 언제라도 ‘강(强) 대 강’ 대치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합의가 엊그제 열린 4개 주 주지사·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오랜 ‘텃밭’ 켄터키주와 ‘민심의 바로미터’ 버지니아에서 패배한 뒤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정치지형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무력충돌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던 비관론이 빗나간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난제들은 여전히 수북이 쌓여 있다. 기술 강제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절도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냉정하게 현상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한국의 기회와 역할을 찾아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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