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실험'…한우 통째로 사들여 가공·판매

입력 2019-11-10 18:13   수정 2019-11-11 02:11

“소 한 마리 통째로 샀어요.”

마켓컬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국내에서 상위 0.3% 안에 드는 최고의 소를 샀다고 했다. 이미 마켓컬리에는 태우한우, 설성목장, 네이쳐오다 등 내로라하는 여섯 개의 한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런데 왜 직접 소를 샀을까.

마켓컬리의 한우 자체상표(PB)인 ‘뿔(PPUL)’ 출시를 주도한 김규석 정육담당 MD(33·사진). 축산물 가공회사에 다니다 4년 전 합류한 그는 “아홉 개 등급으로 구분되는 한우는 같은 등급이어도 정형사나 유통사에 따라 품질의 편차가 컸다”며 “뿔은 소비자들이 가공 등의 과정을 보지 않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뿔은 마켓컬리의 정육 MD 네 명이 6개월간 전국 13개 한우 경매장을 발로 뛰며 선보인 브랜드다. 육색, 마블링, 육향, 소의 월령 등을 점검해 원하는 최고 등급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 김 MD는 “지난달 마블링 지수가 최고인 9등급 소를 약 1400만원에 경매받았다”며 “30년 이상 경력을 갖춘 정형사에게 맡겨 최적의 환경에서 숙성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이 소의 먹을 수 없는 지방을 걷어낸 뒤 18가지 부위별로 아홉 가지의 최적화된 레시피와 함께 제품을 내놨다. 영하 2도~영상 4도, 습도 75~85%에서 14~21일간 숙성했다. 그는 “같은 등심이라도 본등심은 떡심이 적고 마블링이 풍부한 부위”라며 “특히 ‘새우살’로 불리는 등심안살은 소 한 마리당 1~1.5㎏만 나오는 특수부위여서 전혀 다른 맛을 낸다”고 말했다.

뿔은 버려지는 부위를 줄였다. 안심, 등심, 채끝 이외에 특별한 풍미를 지니고 있는데도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아 국거리 등으로 싸게 팔렸던 부위를 구이용으로 제안했다. 김 MD는 “육향이 진하고 살코기 비중이 높은 보섭살은 스테이크로, 꼬리뼈와 가까운 삼각살은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해 구이용으로 좋다”며 “이런 부위를 섞어 찹스테이크용이나 터프스테이크용 등으로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요리법도 함께 제안했다. 마블링과 육향이 풍부해 별도의 시즈닝을 하지 말라는 것, 상온에 30분 이상 내놨다가 구우라는 것 등이다.

그는 “마켓컬리가 한우의 선별, 도축, 발골, 숙성, 손질, 포장, 물류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회사여서 뿔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외국산 소, 최고 품질의 돼지 등 다른 육종으로도 PB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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