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택시'와 '타다', 요금 결정권이 핵심

입력 2019-11-12 08:00  


 -유상운송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일 뿐
 -근본적 갈등은 유상운송사업의 요금 결정권 

 '본질은 없고 정쟁만 있다.' 최근 렌탈 유상운송으로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는 '타다' 논쟁이다. A에서 B까지 사람을 태우고 이동수단을 포함한 운전 서비스를 제공, 비용을 받는 사업을 '유상운송업'이라고 할 때 '타다'와 '택시'의 사업 방식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느새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만 부각되고 있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검찰이 관련 부처 의견을 구하다 기소한 것을 두고 정부 내 갈등설까지 불거져 나오는 중이다. 국토부와 법무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논란에 참여,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그 결과 타다와 택시의 갈등은 어느새 '정무적 판단'과 '법리적 원칙'의 충돌로 변해가는 중이다.

 양측 갈등의 핵심 쟁점은 '타다'의 택시 사업 유무다. 일반적으로 여객운수사업법이 규정한 유상운송사업은 운전자가 자동차 안에 사람을 탑승시키고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 뒤 비용을 받는 택시 사업과 자동차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대여업으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둘 모두 동일하지만 운전을 해주는 사람의 유무가 곧 기준인 셈이다. 하지만 운전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11~15인승 승합차는 렌터카라도 기사가 별도로 제공될 수 있는 예외규정이 마련돼 있다. '타다'에 카니발을 제공하는 쏘카가 사업을 수행하는 근거다.  

 그런데 초점은 택시와 타다 모두 운전자가 이용자 대신 운전을 해준다는 행위에 모아져 있다. 그 결과 수익을 얻는 방법 또한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택시는 '요금', 타다는 '렌탈료'로 불리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갈등의 본질을 파고들면 주요 쟁점이 하나 있다. 바로 요금 결정권이다. 택시 요금은 정부가 결정하는 반면 타다는 렌터카라는 점에서 스스로 책정한다. 그 대신 택시는 연료에 포함된 부가세 환급 등의 간접 지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지원이 부족, 늘 수익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과정에서 요금 결정권을 넘겨 달라고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됐다. 대신 물가를 반영해 정부는 요금을 조금씩 올렸다. 그럼에도 택시 요금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저렴하다. 그러니 택시 사업은 근본적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로 고착됐다. 요금 결정권이 없으니 비즈니스의 진화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택시'라는 단어는 오랜 시간 '불편함'의 상징으로 대두됐다. 소비자가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함에도 승차 거부가 끊이지 않았고, 이용자가 공간을 점유했음에도 마치 운전자 공간을 잠시 빌리는 것처럼 인식됐다. 이런 가운데 타다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택시로 빠르게 자리 잡아 나갔다. 

 타다가 유상운송 사업에서 눈여겨 본 대목은 두 가지다. 먼저 기존 택시 서비스에서 소비자가 가진 불만이 무엇인지 주목했다. 그 결과 이동 수단(차종)과 사람(운전자)만 제대로 구성하면 사업이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운송사업의 특성상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차종을 바꾸려고 보니 고를 수 있는 차가 카니발과 스타렉스로 모아졌다. 대한민국에서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하려면 11~15인승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 들어간다. '타다' 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익을 고려하면 당연히 가격이 낮은 스타렉스 LPG를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스타렉스를 유상운송에 사용하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보다 비싼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스타렉스는 이용자가 대접(?)받는 느낌이 떨어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싼 카니발을 선택했다. 

 그런데 카니발은 디젤만 있다. 여기서 잠시, 또 다른 논란인 디젤 문제를 짚어 본다. 유상운송에 사용되는 자동차의 경우 환경부가 미세먼지 억제 차원에서 디젤 운행을 막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디젤 택시 허용 논란이 전개돼 결국 허용은 됐지만 당시 환경부는 택시에 디젤 연료를 사용하려면 디젤차의 배출가스 보증기간을 '10년 또는 19만㎞ 이내'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자동차회사 입장에선 디젤 택시 수요를 고려할 때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별도의 인증시험을 받을 이유가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디젤 택시는 허용돼 있지만 연료에 대한 세제 감면과 사용 가능한 차종이 없어 디젤 택시가 없을 뿐이다. 그런데 타다가 운영하는 카니발은 디젤이다. 물론 카니발의 디젤 여부는 지금 벌어지는 모빌리티 갈등에서 큰 부분은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일단 타다의 차종 선택은 주효했다. 평범한 중형 세단보다 덩치가 큰 카니발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1년 미만의 새 차여서 냄새도 없다. 중대형 세단으로 구성된 모범택시보다 이용요금도 저렴했다. 또 한 가지 소비자 호응을 얻은 점은 운전자, 즉 사람이다. 타다는 운전자가 승객에게 말을 걸지 못하도록 했고 필요하면 문도 열어주도록 했다. 카니발의 자동문 기능을 활용했다.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타다는 자신들이 혁신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러자 손님을 빼앗긴 택시는 반격에 나섰다. 먼저 11~15인승 승합차를 택시로 사용하기 위해 차종을 살펴봤더니 카니발은 연료에 대한 세제 지원이 없어 구입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스타렉스 LPG로 바꾼 후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는데 요금은 정부 결정에 따라야 했다. 차종을 바꾸고 손님에게 말 걸지 않고 동일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수익을 추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를 계기로 택시는 정부에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그 중에서도 요금 결정권을 달라고 강하게 어필했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물가에 연동되고 요금이 오르면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그 사이 타다는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나갔다. 

 이처럼 불공정한 경쟁이 지속되자 정부는 공정 경쟁 조건을 만들기로 결정, 지난 7월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택시-신교통'의 상생 방안이다. 택시와 타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나름의 장점을 묶어 택시를 사업 형태에 따라 재분류, '타다'를 제도권 내에 편입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타다'는 이를 거부했다. 요금 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규제라는 점을 들어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금 통제야말로 정부가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가져가야 할 핵심 항목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타다가 택시인지 아닌지 법리적 판단을 받아보자고 기소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기사 알선으로 운행되는 11~15인승 렌터카의 유상운송사업이 이미 기사가 포함돼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사업과 동일한 형태인가를 따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법적으로 동일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타다'는 새롭게 규정된 플랫폼택시로 운행하면 된다. 물론 이 경우 요금 통제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면허 제도 밖에서 마음껏 사업을 전개하면 된다. 이 경우 정부는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요금 결정권을 포기해야 한다. 유상운송사업에서 핵심은 요금 결정권의 행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코 요금 결정권을 내려 놓을 의사가 없다. 요금 결정권을 사업자에게 넘기는 순간 이동 서비스 비용이 오를 수 있어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이용자가 많을 때는 요금이 오르고 적을 때는 내려가도록 한 탄력요금제다. 기본 요금은 정부가 통제하되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도 반영하자는 목소리다. '이동 요금'이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내린 고육지책이다. 그래서 끊이지 않는 질문이 이어진다. "대체 승용차로 이동하는 요금은 누가 결정하는 게 국민들을 위해 가장 올바른 것인가?" 

 박재용(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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