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산업 리포트] 거센 구조조정 겪어내고 '부활'한 저축은행에 드리운 또 다른 '그림자'

입력 2019-11-08 03:47   수정 2021-10-13 14:04

이 기사는 11월 08일 03:4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1월08일(03: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들에 2011년은 악몽으로 기억된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일부 경영진과 대주주의 불법 행위가 도미노처럼 드러났고,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대거 부실화했다.

과도하게 위험을 감수했던 영업 활동의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저축은행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들은 급하게 제3자에 넘어갔다.

2011년 구조조정 이전까지 저축은행 소유자는 주로 개인과 일반 기업이었다.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와 증권사가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뛰어들었다. 일부 대부업체도 동참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 저축은행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쪼그라든 자산을 불리기 시작했고 수익성도 개선했다. 이러면서 2014년 6월 말 이후 2019년 6월 말까지 저축은행업은 연평균 10% 이상의 자산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업의 순이익은 1조1000억원에 달했다. 구조조정 이후 저축은행업을 이끈 건 외국계와 대부계 저축은행이었다. 적극적인 유상증자로 공격적으로 대출에 나서면서 2016년엔 자산 성장률이 30%를 웃돌았다. 지난해에도 20%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가계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계성 대출이 자산 성장을 견인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말만해도 저축은행의 가계성 대출은 20조5000억원 정도였다. 전체 대출의 58.5% 수준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17조7000억원 증가한 38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64.5%를 차지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걸까. 올 들어 저축은행업 자산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전년 말 대비 자산 성장률은 1.8%에 그쳤다. 담보 대출과 기업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키움예스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계와 일반계 저축은행의 자산은 역성장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시장금리 탓이 컸다. 기업 대출은 부동산 담보 대출이 많아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국내 주택공급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2017년부터 축소세다. 지방의 경우 사업 기간 장기화 양상까지 나타난 상태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에 새로운 먹거리가 돼 온 중금리 대출도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일부 외국계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높은 한도를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 형태의 영업을 이미 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이후 은행계, 비은행 금융계, 대부계 저축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중금리 대출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은 2016년엔 4816억원이 공급됐다.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로 지난해에는 공급 규모가 1조7974억원까지 늘었다. 전체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의 43.2%에 달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중금리 대출 리스크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저신용자는 다중채무자 비중이 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취약하다는 판단이다. 지금처럼 좀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들 대출이 연쇄 부실화할 위험이 높다는 말이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금리 대출은 만기가 길어 아직 검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지만 앞으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일시에 부실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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