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제도권(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는 대형주가 중심이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대형 펀드의 매니저를 위한 보고서를 쓰기 때문입니다. 리서치알음은 제도권 리서치와 개인 투자자 사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한 독립리서치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리서치알음 본사에서 만난 최성환 대표(사진)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대금(매수대금+매도대금)은 각각 388조원과 465조원으로 개인의 339조원보다 많았다. 중형주와 소형주의 경우 개인의 비중이 훨씬 높다. 중형주의 거래대금은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5조원과 67조원에 그쳤지만 개인은 208조원을 기록했다. 소형주도 개인은 365조원이었는데 기관은 10조원, 외국인은 26조원에 불과했다. 코스닥 뿐만 아니라 코스피에서도 개인 투자자는 중소형주를 위주로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목표하는 시총 50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들은 놀라운 성장성을 가진 업체라도, 정보가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권에서는 시총 1000억원 미만의 업체를 분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제도권이 주로 상대하는 펀드 대부분은 일정 시총 이하 종목의 경우 투자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유화증권에서 정보기술(IT) 및 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다 2016년 11월 리서치알음을 설립했다. 제도권에 있으면서 느낀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법인영업팀에 눈치를 봐야하는 등 독립성이 떨어지는 증권사의 구조도 창의적 시각을 발휘하기 어렵게 했다.
리서치알음은 독립리서치다. 증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업 및 산업 분석(리서치)에 집중하는 회사다. 해외의 경우 각각의 장점을 앞세운 독립리서치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머디워터스리서치는 매도 보고서를 전문으로 생산하며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삼성증권은 영국 롬바드스트리트리서치, 캐나다 BCA리서치 등 독립리서치와 제휴를 맺고 이들로부터 현지 분석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독립리서치는 알려진 곳이 거의 없다.
최 대표는 "한국도 이제는 독립리서치가 활성화될 시점"이라며 "국내 애널리스트의 숫자도 제도권의 한계로 인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리서치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올 10월 말 기준 1068명으로 2010년 1575명에서 3분의 1이 사라졌다. 보고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활동하는 리서치센터가 '비용만 드는 부서'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기 때문이다.
리서치알음은 보고서의 유료화를 실행하고 있다. 월 9900원의 정기구독자들에게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700여명 수준으로 1000명이 넘어가면 구독료를 올릴 생각이다. 기존 구독자는 현재의 이용료를 유지해 충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사인 팩트셋에 올리는 영문 보고서도 유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로 수익을 낼 수 있으면 독립성이 강화되고, 양질의 자료로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4명을 더 충원한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하고 깊이있는 자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의 장바구에서 주식을 찾아라'라는 피터 린치의 주식 격언을 좋아한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등 주변의 변화를 통해 성장성이 부각될 중소형주를 찾는 것이다.
최 대표가 지난해 말 출간한 '이기는 투자습관'에 추천한 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0월 말 현재 46%를 기록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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