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靑 회동 다음날 '날선 공방'

여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한 지 하루 만인 11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총 513조5000억원) 14조5000억원 삭감’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 사업 및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깎는다는 건 합리적 주장이 아니고, 안보·미래 먹거리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건 나라 살림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북한 대변인’이라고 칭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초조한 것 같다”며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지난 9일 ‘이해찬 대표가 2년 안에 죽는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꿀 바른 화려한 독버섯’ 같은 정책과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게 목적인 정책을 폐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에게 “경제·안보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황 대표는 이날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당의 경제·안보 정책 비전을 담은 민부론과 민평론 책자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황 대표와 고성을 주고받은 데 대해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로 꾸짖은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야당에 일방적으로 합의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진정한 협치를 위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며 “집권 초심으로 돌아가시라”고 주장했다.

여야 대표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면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전망도 안갯속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당이 정책 전환 요구에 전향적인 태도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예산안 등도 큰 탈 없이 처리될 수 있다”며 “12일 열리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협상 분위기를 가늠할 첫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