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한국당은 ‘삭감’을 목표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과 송언석 의원 등을 예산소위 위원으로 내세웠다. 퍼주기식 일자리 예산을 강하게 비판해 왔던 정 의장을 선봉장으로 삼고,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 의원에게는 예산안을 총괄적으로 재조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사업별 예산의 삭감과 증액을 결정하는 예산소위는 국회 예산심사의 ‘핵심 관문’으로 불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실패의 폭주를 막기 위한 집권 후반기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예산 심의”라며 예산안 처리 협상 과정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년도 예산이 500조원을 넘지 못하도록 총 14조5000억원을 순삭감하겠다는 게 한국당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삭감 시도가 ‘묻지마식 막무가내 삭감’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이 대표적으로 내세운 방패는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은 꾸준히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물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국회가 정부 예산안의 1% 범위 안에서 삭감, 증액해온 관례에 비춰봤을 때 (한국당이 언급한 14조5000억원은) 대대적인 삭감”이라며 “정부 예산의 골격을 흔드는 정도로 삭감하겠다는 건 예산을 사실상 해체시켜 재정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이날 예산소위는 회의 첫날부터 여야가 강하게 대치하면서 한때 파행을 빚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인 김재원 예결위원장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한 ‘막말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 기싸움으로 회의가 한때 중단됐다. 민주당은 예산소위가 개의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이라는 취지로 사과하면서 오후가 돼서야 회의가 속개됐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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