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찰나의 박수 아닌 욕먹을 각오해야 'AI 인재' 풀린다

입력 2019-11-12 17:47   수정 2019-11-13 00:20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낡은 규제 탓에 대학들이 정원을 늘려 AI 인재 저변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정보기술)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 구호가 무색하다.

서울대 공대가 2022학년도부터 신입생 일부를 무(無)전공으로 뽑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대 산하 11개 전공의 정시 모집인원 중 3분의 1을 전공 구분 없이 뽑아 2학년 때 컴퓨터공학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학부 정원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자 입시 방식을 바꾸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 확대를 막고 있어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면 지방대가 타격을 받는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AI 인재 육성은 지역균형발전 수준을 뛰어넘어 미래 국익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다. 서울대 공대의 행보는 AI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08년 141명에서 올해 745명으로 다섯 배 넘게 늘렸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15년째 정원이 55명으로 제자리다. ‘무전공 선발’을 통해 70명가량을 늘려본들 AI 인재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미래 첨단분야 인재 양성방안’은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 분야 입학정원을 10년간 해마다 8000명씩 늘리겠다고 했는데, 수도권 정원 규제를 그대로 둔 채 결손 인원을 활용해 학과 신설을 유도해보겠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활용도 규제로 꽉 막혀 있다. 어떻게 AI 강국이 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한국이 해묵은 규제에 막혀 주춤거리는 사이 미국과 중국, 일본은 AI 인재 양성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AI 혁신 행동계획’을 통해 5년간 AI 관련 교수 500명과 5000명의 학생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AI 인력 25만 명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낡은 규제를 붙들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저 갈등을 피하려는 소극적인 태도 아닌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지자 공정성만 앞세우며 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입시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백년대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AI 인재 육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전향적 자세로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의 인기와 찰나의 박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국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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