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국민연금 경영 개입…횡령·배임 기업 이사해임 추진

입력 2019-11-13 00:53   수정 2019-11-13 11:01


횡령·배임 등의 법령 위반 우려가 있거나 주주제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과 이사 해임까지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본격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확산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공청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과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요구하며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이후 이제는 모든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 열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초안이 공개됐던 이번 가이드라인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할 대상 및 방법, 추진 가능한 주주권 행사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배당 전략이 부실하고 △임원 보수 한도가 부적정하며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경영 개선이 없는 경우 이를 ‘중점관리사안’으로 분류한 뒤 경영참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경영참여는 비공개대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주주제안 순서로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은 특히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거나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에 대해선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법령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이사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도 정관에 반영하도록 제안할 수 있다. 복지부는 법령 위반 우려 기업을 횡령·배임뿐 아니라 부당 지원,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다만 법령 위반은 검찰 등 국가 기관의 1차 조사에서 사실 관계가 확인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 활동과 관련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볼 수 없는데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결국 기업 손실로 이어질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국민연금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면 악용될 소지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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