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네이버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9 미디어 커넥트 데이'를 가졌다. 이날 네이버는 포털 내 언론사들에게 지급하는 기존 전재료를 없애는 대신 구독 기반의 광고 수익 배분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 개편 모델은 내년 4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언론사와 네이버 간 계약구조가 사실상 '리셋'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네이버가 언론사 뉴스 사용료로 정해진 규모의 액수를 지불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언론사가 네이버 언론사 편집판 등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며 어떤 뉴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네이버는 외부 교수진이 개발한 광고 수익 배분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언론사는 직접 광고 영업도 할 수 있다.
네이버 미디어제휴 부문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평가했고, 한 지상파방송사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이제 진정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할 정도로 격세지감의 장면이 예고됐다. 그간 전재료 모델을 벗어난 구독 기반의 광고수익 모델은 '그림'으로만 전해졌기에 이날 네이버의 발표에 언론계의 이목이 쏠렸다.
네이버의 뉴스정책 변경은 한마디로 전재료 모델의 '종언'이다. 예정대로라면 수익 보전을 위한 유예기간인 3년 뒤에는 '기사 전재료' 개념은 네이버에서 사라진다. 대신 언론사 브랜드로 확보하는 네이버 이용자의 구독 설정자 수가 중요해진다.
네이버는 현재 15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언론사를 구독하고 있으며, 누적 구독 건수는 7100만 건, 구독기능을 도입한 언론사 중 80% 이상은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들이 언론사에게 '유의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과 관리 기능을 덧붙일 것이라고 했다.
또 네이버는 복잡한 광고 수익 베분 공식을 내놨다. 이른바양적 팩터(순방문자수 20%, 조회수 20%, 누적 구독자수 15%), 질적 팩터(순증 구독자수 20%, 재방문자수 15%, 소비 기사수 15%)다. 이중 누적구독자수와 순증 구독자수는 전략적 팩터로 다시 구분한다. 기본 팩터와 전략적 팩터는 70:30으로 할당된다.
여기에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연계 어뷰징 기사, 가십성 기사, 비정상적 작성 시간, 특정 패턴 남발 등에 대해 자체 특정 팩터(Not good)를 적용해 광고 수익 배분에 감점 요소로 넣는다. 네이버의 룰을 따르지 않으면 광고 매출 분배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더 많이 읽힐 '좋은' 뉴스를 제공하는 일이 남은 것이다. '네이버의 이용자'에서 '언론사의 구독자'로 바꾸는 과제다. 최근 하향세이긴 하나 뉴스시장에 여전히 압도적 지분을 가진 네이버의 정책 변화가 몰고온 위기와 기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뉴스 서비스 전략의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전통매체가 취해온 대포털 대응방식은 크게 실시간급상승검색어처럼 온라인 화제성에 치중하고 지면(방송)뉴스를 재전송하는 정도였다. 네이버가 편집도구와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용자 연결성 강화를 지원하는 수준에서는 뉴스조직의 관여 차원이 구체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첫째, '품질 관리'다. 디지털 부문과의 의견교환을 정례화하는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용자 소비패턴을 학습하는 일이다. 둘째, '구독 관리'다. 네이버 이용자를 매체 구독자로 끌어오는 단계다. 이용자 기호와 관심을 파악하고 '상품'을 내놓는 일이다. 셋째, '조직 관리'다. 뉴스품질 밋 독자관리 부서는 뉴스생산 부문과 대등한 역할과 지위를 가져야 한다. 디지털 부문의 의사결정권이 보다 커지는 일이다.
이러한 접근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은 아니다. 그간 전통매체의 혁신 과정에서 늘 제기된 부분이다. 네이버가 항상 말하는 이용자 중심의 실행을 이제는 언론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최근 WAN-IFRA(세계뉴스미디어협회)가 발행한 세계언론트렌드2019(World Press Trends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를 내는 언론사들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모바일 우선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모바일은 사람들의 삶 한가운데에 있으니 당연하다. 지난 세기를 통털어 이런 미디어 기기는 없었다.
둘째,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각별히 관리한다. 뉴스 생산에 초점을 두는 방식에서 이용자의 요구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같은 이용자와의 관계형성 모델로 나아간다.
셋째, 원칙에 충실하다. 성공적인 언론사의 성공공식은 "훌륭한 팀을 구축하고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다. 한국에선 언론의 신뢰 회복과 닿아 있다. 이용자들은 점점 더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뉴스를 찾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기회의 미래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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