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성추행 기억 안나" 몽골 헌재 소장…벌금 700만원 약식 기소

입력 2019-11-13 18:08   수정 2019-11-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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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13일 인천지검 외사부(양건수 부장검사)는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벌금이나 몰수 등 재산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 판단해 법원에 청구하면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만으로 형을 내릴 수 있는 간소한 절차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 700만원을 선납 받아 약식기소했다"며 "피의자가 외국인인 점과 다른 유사 사례 등을 고려했다"고 벌금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나 벌금 1500만원 이하다. 항공보안법 위반죄의 경우 징역형 없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선고할 수 있다.

또한 도르지 소장은 사건 발생 당시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 협박성 폭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몽골 국적 승무원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협박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도르지 소장과 몽골인 A씨는 지난달 31일 국내 승무원을 성추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은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해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석방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경찰은 외교부에 문의해 도르지 소장이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이후 지난 1일 오후 인천공항 보안 구역 내 조사실에서 도르지 소장을 조사했다.

도르지 소장은 첫 조사 때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입국해 조사를 받겠다며 발리로 출국했다.

이후 지난 6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에 다시 돌아온 도르지 소장은 2차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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