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조직률이 크게 오르는 이유는 공공운수노조가 덩치를 키운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규직 전환자들이 노조 우산 아래 들어온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은 2018년 12월 기준 103만6000여 명이다. 비교 시점이 다르긴 하지만 민주노총은 101만4000여 명(2019년 4월)으로 한국노총을 바짝 뒤쫓고 있다. 올해 말 기준으로 집계하면 민주노총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노총이 노동시장의 맏형 역할을 민주노총에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잇달아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
양 노총은 11월 들어 1주일 간격으로 전국대회를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노동시간 단축 외침에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던지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에 노조 파괴법을 던졌다” “정부가 노동개악 운을 띄우면 국회가 더 많은 개악을 요구하는 노동 절망 사회가 됐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며 ‘노조법 개악 때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열린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10만 명이 모였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한국노총도 오는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노조 할 권리 쟁취,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이 주요 의제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를 둔 첫 번째 삼성전자 노조를 이날 오전 출범시킨다. 앞으로 LG전자 노조와 SK하이닉스 노조가 가입한 한국노총 산하 금속·전자업종 노조 대표들과 연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노총이 내세우는 전국대회의 명분은 ‘노동법 개악 저지’로 모아진다. 하지만 속내는 세력 규합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를 끌어들여 덩치를 키우자 한국노총은 한국의 상징적인 대기업에 산하 노조를 꾸려 분위기 전환을 도모 중이라는 것이다. 덩치는 투쟁 동력으로 이어진다. 덩치를 키워 목청을 높이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질 만하다. 더구나 내년은 정치권에 압력 넣기 좋은 총선 시즌이 아닌가.
노동시장 유연성에 악재 되나
노조조직률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비율이 높아지는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와 몸담고 있는 기업 여건상 노조조직화는 꿈도 꾸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에 새로 가입하고 있는 근로자의 상당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소속이다. 이러니 이중구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노동계는 내년 1월 21일로 예정된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의 온건·합리 노선이 열세를 가져온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면 투쟁 강도가 높은 집행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특징 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적기 대응은 공염불이다. 양 노총의 주도권 다툼이 노동계의 전근대적 투쟁으로 재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khpar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