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통령 한마디에 뒤집어진 교육정책, 누가 신뢰할까

입력 2019-11-13 18:06   수정 2019-11-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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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지난 9일로 2년 반이 흘렀다. 교육분야만 놓고 보면 정부 출범 후 8월까지 2년4개월간보다 최근 2개월여간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서울 주요 대학은 이르면 2022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전형 모집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전망이다. 전국 79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는 2025학년도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달 중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안도 공개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비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된 지난 9월 1일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말이 ‘깜짝 발언’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작년 상반기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작업이 완료된 지 1년여밖에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깜짝 발언은 한 번 더 있었다.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확대와 자사고·외고 폐지를 직접 지시한 것이다. 9월 1일 첫 언급 이후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대입제도를 개편하려 하자 대통령이 보다 구체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당황한 교육부는 “정시 비중 확대는 그동안 당·정·청 간에 논의해오던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입제도 개편과 자사고·외고 폐지가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OEM 식 교육개혁’이란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시 비중 확대와 자사고·외고 폐지에 일부 교육·시민단체 및 이해당사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 이슈는 오랫동안 찬성과 반대 의견이 평행선을 그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 대안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OEM 방식으로 교육개혁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적잖은 자기모순이 생겨났다. 우선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는 지난해 이뤄진 대입제도 개편 작업과 상충된다. 당시 교육부는 ‘정책숙려제’를 활용해 대입제도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30% 룰’이었다. 전체 신입생 중 정시로 뽑는 학생 비중을 최소 30%로 하겠다는 것이다. 30% 룰은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휴지조각이 됐다.

자사고·외고 일괄폐지 정책도 모순적이다. 전국 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24개 자사고에 대해 재지정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개 자사고는 폐지키로 했고, 14개는 재지정됐다. 당시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인정받은 자사고들은 불과 3개여월 만에 ‘설립 취지를 벗어나 변칙 운영되고 있는 학교’로 전락했다. 외국어고의 경우 그동안 교육당국이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일괄 폐지’는 더욱 납득하기 힘든 조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제도 개편과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 관련 질문이 나오면 “할 말이 없다”며 말끝을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교육부와 별도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 문제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도록 초당적이고 중립적인 기구에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중요 교육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뒤집히는 걸 지켜본 국민이 어떤 교육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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