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릭남, “키를 넣긴 했는데 아직 돌리지 않은 느낌이에요”

입력 2019-11-14 08:00   수정 2019-11-14 18:17


[임현주 기자] 가수 에릭남이 데뷔 이후 첫 영어앨범을 발매한다.

2011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 2에 참여해 이름을 알린 가수 에릭남. 당시 노래실력뿐만 아니라 고학력 스펙 덕에 ‘엄친아’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이후 2013년 1월 미니앨범 ‘CLOUD 9’로 정식 데뷔와 함께 MBC ‘섹션 TV 연예통신’ 고정리포터로 방송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출중한 영어실력과 함께 배려와 센스 넘치는 인터뷰로 유명해외스타들에게 큰 호감을 받는다. 

쉼 없이 꾸준한 방송 활동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에릭남에게 굉장한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다. 가수지만 대중들에게 방송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의 꿈은 영어앨범으로 활동하는 것. 데뷔 한 지 7년이 된 지금, 에릭남은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고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11월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즈스페이스에서 에릭남과 만나 첫 영어앨범 ‘Before We Begin’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본격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소감을 나눴다.

에릭남의 이번 첫 영어앨범 ‘Before We Begin’에는 설렘, 애틋, 후회 등 다양한 사랑의 순간들을 에릭남 특유의 색채로 그려낸 완성도 높은 8곡이 수록된 만큼 웰메이드 음반 탄생을 예감케 한다.

특히, 세계적인 R&B 싱어송라이터 마크 이 배시(Marc E. Bassy), 에릭남의 유럽 투어 오프닝 아티스트로 활약한 스티브 제임스(Steve James) 등이 에릭남의 첫 영어앨범 지원사격에 나서며 글로벌 음악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Q. 7년 만에 꿈을 이뤘네요.

데뷔 전부터 영어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앨범을 발매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행복해요. 최근 해외 시장에서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BLACKPINK) 등 케이팝(K-POP)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잖아요. 굉장히 좋은 시기죠. 이번 앨범을 통해 케이팝을 더 다양하게 알릴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Q. 글로벌 아티스트로 새롭게 데뷔하는 기분이겠어요.

글로벌 데뷔라는 말은 아직 부끄럽기도 하고 준비도 안됐어요. 미국에서 잘 받아들이는 분위기인지 고민도 들고요. 테스트? 맛보기? 정도죠. 그래서 앨범명도 ‘Before We Begin(우리 시작하기 전에)’ 예요. ‘이런 분위기로 나가보려고 해요’ 하고 알리는 앨범이죠. 
미리 외국서 프레스투어를 했는데 반겨주는 매체들이 많더라고요. 화보부터 쇼케이스 등 좋은 기회들이 생기는 것도 꿈같고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타임매거진부터 빌보드 등 직접 와주셔서 인터뷰를 하니까 신기했어요. 특히 음악을 듣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가수들한테 꿀리지 않겠다’는 극찬을 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웃음)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투어를 시작할 예정인데 아마 내년 상반기에 30곳 넘게 돌고 이후 더 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이번 앨범 작업은 어땠나요?

일 년 반 정도 전부터 준비를 해왔어요. 제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곡들도 있고 받은 곡들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제가 공감이 되고 꽂힌 부분이 있는 곡들로 수록되어 있어요.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있는 앨범이에요. ‘love die young’ 같은 경우는 올해 7월에 쓴 곡이에요. 단순히 보면 ‘이 사랑이 빨리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애절한 사랑 노래인데 그 당시 제 심리상태를 많이 나타낸 곡이에요. 그때 유럽에서 공연을 하고 바로 미국에 넘어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번아웃’ 상태였죠. 지쳤지만 앨범은 써야하는 저를 보니까 불쌍하고 짠하더라고요. 복잡한 감정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love’가 사랑일수도 열정일수도 일일수도 있어요. 그때 제 감정을 많이 녹인 곡이라 굉장히 솔직한 노래예요.


Q. 한국어보다 영어로 작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나요?

아무래도 영어가 편해요. 발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훨씬 표현도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데뷔 초 때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던 것 같아요. 한국적 정서도 잘 몰랐고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발음 지적뿐만 아니라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음악으로 알아보고 부탁하고 곡도 쓰는 경험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이후로 많은 작곡가님들과 만나면서 에릭남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저와 딱 맞는 작곡가님을 만나 뵙지 못했어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외국에 갈 때마다 하루에 4시간정도 자면서 곡 작업을 해왔어요. 그 결과 이렇게 영어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앞서 에릭남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뭘까요.

음색은 항상 자신 있어요. 저와 비슷한 음색이 없기도 하고, 호불호가 물론 있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웃음) 또 카멜레온 같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점들을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스트리밍 시대이기 때문에 한 장르에 얽매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해외 팝스타들만 봐도 알앤비에서 컨트리까지 왔다갔다 다양하게 음악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제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이 점을 외국에서는 무조건 첫 번째로 집고 넘어가더라고요. 그들과 차별화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이지 않을까 싶어요.

Q. 긍정적인 모습 보기 좋아요. 유튜브 ‘에릭남 플레이리스트’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버터 맛이 난다’ ‘발음이 어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으면서 몇 년 동안 스트레스가 굉장했어요. 언젠가부터 ‘내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만들어보자’ 했죠. 에릭남의 색을 진하게 만들어서 에릭남의 팝을 만들어보자고요. 제 음악을 몰랐던 분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 음악을 들어보는 것 같아요. 전략 아닌 전략이었죠.(웃음)

Q. 어눌한 발음? 인터뷰하면서는 못 느꼈어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얼마 전 SBS에서 10분짜리 4편을 더빙하는데 발음 때문에 4-5시간이 걸렸어요. 카메라 앞에서 유난히 꼬이는 것 같아요. ‘섹션TV’ 때 생방으로 대본을 읽는 게 큰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요. 그때 악몽도 많이 꿨어요. 그 이후 항상 방송 스케줄이 잡히면 작가님들께 최대한 빨리 대본 달라고 부탁드려요. 재촉을 많이 하는 편이죠.(웃음) 안그러면 방송나가서 말을 못하니까요.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미리 대본을 숙지해야 방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요.


Q.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스타는 누구일까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재밌는 인터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듣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하는 기분 좋은 자신감을 얻어요. 최근 윌 스미스와 인터뷰를 했는데 너무 성격도 좋으시고 즐겁더라고요. 그동안 제이미 폭스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윌 스미스 씨로 갈아탔어요.(웃음)

Q. 향후 한국 활동 비중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이번 도전에 대해 팬 분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팬미팅에서 팬미팅이나 공연을 자주 열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언제나 죄송스러운 부분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채워나가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올해 음악에 더 집중하고자 음악이 아닌 것은 손을 떼려고 했어요. 사실 방송이라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 좋은 기회인데, 방송은 시간 투자 대비 돌아오는 게 복불복이더라고요. 작년 말에는 정말 많이 했어요. 메인으로 들어간 것도 있고요. 몇 주 동안 새벽부터 새벽까지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요. 그렇게 촬영하고 오면 나가서 웃고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어요. 솔직히 시간투자를 잘 하고 있는 건지 고민도 많이 됐고요. 앞으로 방송을 하게 된다면 ‘비긴어게인’같은 음악 예능에 나가서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번 도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지금 저의 기분은 키를 넣는데 아직 돌리진 않은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이 정말 작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을 발판 삼아 더 좋은 곡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지금 전 가수라는 커리어를 길게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양인으로서 방송에서 많이 받아주고 음악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돼요. 내가 어떻게 더 야무지게 곡을 만들고, 활동하고, 인사하고 다닐까 상상해보면요.   

한편, 에릭남은 금일(14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타이틀곡 ‘Congratulations’를 포함한 첫 영어앨범 ‘Before We Begin’을 전 세계에 동시 발표한다.(사진제공: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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