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폭격당한 아람코 상장…사우디 개혁에 '외부 불청객'

입력 2019-11-14 15:44   수정 2019-11-14 15:45


요즘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삶은 롤러코스터다. 이란의 미사일이 자국의 안보와 생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사회적 자유가 가속화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 사우디는 기쁨에 가득 차 있고, 또 어떤 곳의 사우디는 놀라움에 위축돼 있다.

나는 3주의 방문 기간에 수도 리야드에서 외딴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대중의 즐거움을 볼 수 있었다. 사우디의 10대 소녀들은 한국의 남성밴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가린 젊은 사우디 여성들은 반팔 티셔츠와 몸에 꼭 끼는 레깅스만을 입고 시내 거리를 활보했다. 젊은 남녀 그룹은 스타벅스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호텔들은 이제 더 이상 체크인할 때 사우디 부부에게 결혼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우디는 최근까지 여성이 가까운 친척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운동이나 운전을 할 수 없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였다.

이슬람 사회에서 가장 청교도적인 사우디 정부가 석유 의존적인 경제를 다변화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자를 유치하려 애쓰면서 사회는 점점 더 서구화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더 이상 왕국의 독특한 문화가 침해받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고, 사우디는 이런 세계에서 개방화를 더 이상 막지 않는다.

일부 사우디 사회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여전히 경직돼 있다. 온건한 반정부주의자가 체포되고, 지난해 자말 카슈끄지 기자가 폭력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2017년 왕자들의 재산과 여행권 등이 박탈당한 사건들에 대중은 겁을 먹고 있다. 그런 두려움은 오직 사생활 속에서만 표출된다. 사우디에서는 “멋진 말을 할 수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한 사우디인은 “우리는 모두 과속하는 차의 뒷좌석에 타고 있다”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운전사가 추락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우디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토론하고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 왕과 왕자는 결심만 하고 결코 토론하지 않는다.”

사우디 왕국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경제·사회적 변화를 위해 전속력으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무엇도 그를 단념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왕세자가 개혁이 필수적이고 시급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견해를 둘러싼 논쟁은 무의미하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릴 가능성도 없고, 반발에 대한 우려도 없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종교인들은 정권의 대변인으로 전락해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어지러운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레슬링, 테니스, 자동차 경주, 값비싼 레스토랑, 음악 공연가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왕국에 가져오는 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의 한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나는 골프 카트를 타고 맨 얼굴에 머리를 자르고 아바야(망토 모양의 의상)를 입지 않은 젊은 사우디 여성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갔다. 사우디 여성의 이 같은 옷차림은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한 사우디 여성은 레바논 가수가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고 리야드호텔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다.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왕국에서 경제개혁은 사회 변화와 달리 다각화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취한 한 가지 큰 조치는 최근 발표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식 매각 결정일 것이다. 개혁에 대한 위협은 사우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왔다. 지난 9월 14일 새벽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무인항공기) 등이 사우디 유전을 강타해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가 차질을 빚었다. 아람코는 몇 주 만에 대부분 생산량을 회복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됐다.

사우디의 신임 석유장관이자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동생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공격의 밤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아침 아람코 엔지니어들이 빨리 수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을 때 나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놀랍게도 내가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거의 아무도 유전 공격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억지로 물었을 때 거의 모든 사우디 사람은 왕국이 보복하지 않은 게 옳다고 주장했다. 사우디가 잃을 게 너무 많아 이란과 전쟁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우디 군대는 너무 약하고, 동맹국 미국은 도움을 주저한다. 또 전쟁은 야심찬 국내 개혁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다.

보복을 배제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 관리들은 이번 공격이 실제로 사우디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인들이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고통을 느끼고 있지만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우디를 공격한 것이라는 뜻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아니라 이란이 패배자라고 주장하며 이란의 공격을 ‘완전 바보’ 같다고 말했다. 근거로 댄 것은 비록 유럽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모두 이번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위해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를 돕지 않으면 이란이 다시 공격에 나서고 세계적으로 유가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람코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에 사우디는 긴장하고 있다.

원제=Saudi Arabia Is Changing Fast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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