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매몰 현장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사체 처리 과정에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수질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많은 (사체) 물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인 차량과 야적된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최근 경기도 연천 ASF 살처분 매몰 현장 침출수 유출을 사과했다.
김 장관은 살처분과 매몰 과정이 순차적으로 잘 이뤄져야 함에도 엇박자가 상당히 있었다"며 처리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장관은 "살처분을 먼저 하고 렌더링(Rendering·가열처리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작업) 공장으로 가려 했는데 공장으로 가지 못하게 됐고, 그 과정에 혼선이 있었다"며 매몰 돼지를 처리할 대형 용기의 제작이 늦어지자 매몰지에 살처분한 돼지를 그대로 쌓아두고 작업이 무리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침출수 유출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침출수 유출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가 추가 오염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특히 해당 하천은 인근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때 물을 끌어다 썼던 곳이다. 또한 연천과 파주 등 시민들이 먹는 상수원도 인근에 있어 오염 걱정이 커졌다.
김 장관은 "10일 연천군은 침출수 유출을 확인한 즉시 도랑과 마거천에 유출된 침출수를 준설차와 소형 모터를 활용해 제거했다"며 "침출수가 도랑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저류조를 만들었고, 도랑에 이중의 둑을 설치해 추가 오염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은 수질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고, 현장에서 환경부 직원이 직접 수질을 측정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수질 검사를 매일 실시하는 등 수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환경부는 "한강유역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합동으로 연천 취수장을 현장 확인한 결과 침출수 사고 전후 수질은 변화가 없다"며 "살처분 돼지들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침출수에 ASF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한때 취수를 중단했던 파주 금파취수장도 취수를 다시 시작했다.
김 장관은 후속 작업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장관은 "연천군에 매몰지가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울타리를 조속히 설치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악취 발생과 비 피해를 막고자 비닐하우스와 배수로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돼지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된 사고와 관련해 관계 부처 장관들이 현장을 찾아 주민들께 사과해야 한다"며 "인근 주민들께 큰 불편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과 매몰지 관리태세를 다시 점검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은 지난 10일 침출수 유출 사고 이후 이틀이 지난 12일에 공식입장을 내놓았고, 이를 두고 정부의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총리의 발언은 이에 대한 질책으로 해석됐다.
이 총리 발언 이후 김 장관이 재차 사과하는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달 9일 연천 14차 확진 이후 사육 돼지에서는 한 달 넘게 나오고 있지 않지만, 멧돼지에서는 지속해서 (바이러스가) 나오고 있어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지역에서는 방역 조치를 일부 조정할 생각이 있지만,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지역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