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9월 중국에서 66만863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80만3533대)보다 17.8% 줄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전인 2016년 1~9월 판매량(120만2688대)과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사드 보복 탓에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따라가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도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기 시작한 것도 악재였다. 최근엔 중국 자동차 시장의 부진도 더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사정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데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회사 역량을 쏟아부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중국 사업을 도맡았던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을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킨 게 시작이었다. 올 들어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공장을 하나씩 가동 중단했다. 중국 사업 담당 임직원을 모두 현지로 전진 배치하고 핵심 인력 10여 명을 모아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최근엔 그룹 내 대표적인 ‘해외사업통’으로 꼽히는 이광국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했다.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을 1년 만에 교체했다.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는 현지인(리펑 전 바오넝그룹 부대표)을 임명했다. 기아차가 2002년 중국에 본격 진출한 뒤 처음이다.
내년엔 신차를 공격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4종, 3종의 신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와 신형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신형 미스트라(쏘나타급 중국 전략모델), 중국 전용 다목적차량(MPV)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는 K3 전기차와 신형 K5, 셀토스 전기차를 앞세운다. 올해 말 셀토스 판매도 시작한다.
인도 시장 역시 현대·기아차가 집중 공략하는 해외 시장 중 한 곳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신형 크레타와 i20, 기아차는 카니발과 인도 전용 소형 SUV를 내년에 내놓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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