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한국땅을 못 밟을 것만 같았던 유승준이 17년 만에 재외동포 비자로 국내 입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고등법원 행정 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15일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LA 총영사관 측의 재상고 등의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고, 비자 발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법무부의 허가가 필요하기도 하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유승준과 협의 후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다.
1976년생인 유승준은 서울특별시 강남구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8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가게됐고 미국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다 한국의 기획사와 연이 닿아 1996년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왔다.
그는 1997년 만 20세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타이틀곡 '가위'에 이어 '사랑해 누나'를 통해 각종 박송사에서 1위를 하며 가요계에 '컬쳐쇼크'를 줬다.
1998년 2집을 발매하고 '나나나'를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가 된다. 날렵한 춤 실력과 탄탄한 노래 실력, 남성적이면서 미소년스러운 얼굴까지.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었다 해도 과언이 어니었다.
이후 1999년 3집 '열정', 1999년 '비전' 2000년 5집 '찾길 바래' 등의 곡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무대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 방송가의 '치트키'가 됐다.
당대 최고의 가수를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건은 바로 병역 기피였다.
유승준은 징병검사 과정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2001년 입영을 앞두고 유승준은 귀국보증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병무청은 일본과 미국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출국을 허가해줬다.
하지만 그는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승준은 2002년 1월 로스엔젤레스에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았고 대한민국 국적 상실 신고를 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남자는 때가 되면 (군대에) 다 가게 되어 있다"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던 그의 선택에 대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유승준은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달 뒤 2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유승준은 입국 심사를 기다리던 중 입국거부통지를 받았다.
그는 "진짜 죄송하고요 본의 아니게 실망시켜 드린 것 죄송하다라면서 "제 입장을 밝힐 수 있었던 길이었는데 금지가 나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감이고 난감하다"며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해명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입국 제한 1년 뒤 유승준은 한시적으로 입국한 적 있다. 약혼녀 부친의 부고 소식에 입국을 신청했고 법무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문상을 위한 목적으로 3일간의 입국을 허용한 것.
이후 유승준은 17년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 인터뷰에서 이산가족이 될까 무서워 아들에게 시민권 취득을 강권했다면서 "유승준이 테러 분자도 강간범도 아니고 무슨 죄를 지었냐"며 토로하기도 했다.
2015년 9월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고,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사증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해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 8월 대법원은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가 부당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2019년 11월 15일 유승준은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외교부는 "대법원에 재상고해 최종적인 판결을 구할 예정"이라며 "외교부는 향후 재상고 등 진행 과정에서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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