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홍콩에서 과격 폭력 범죄 행위가 이어지면서 법치와 사회질서를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홍콩 질서를 회복시킬 주체로 홍콩 정부와 경찰, 사법기관을 차례로 언급했지만 중국 중앙정부나 중국군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는 “홍콩 법원이 법에 따라 ‘폭력 범죄분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어떤 외부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간섭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홍콩 시위대를 향해 최후통첩을 보냄과 동시에 홍콩 정부에 더 적극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지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에선 최근 오는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과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비상 권한을 부여하는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군 투입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에선 지난 11일 경찰이 시위 시민에게 실탄을 발사한 이후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홍콩대, 중문대, 침례대 등 홍콩 주요 대학에선 학생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 진입에 대비한 장벽을 만들었다. 또 물, 식량, 옷 등을 비축하고 돌, 화염병, 활, 화살, 대형 새총 등을 마련하고 있다. 홍콩 대학들은 준(準)전시 상황에 돌입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전언이다.
한편 미국 상원은 시 주석의 경고에 맞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곧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중국이 무력 개입하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폐지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재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한국 외교부는 홍콩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여행 유의)에서 2단계(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여행 자제는 체류자들이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하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수준의 경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임락근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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