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고난도 금융상품의 요건으로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경우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 등은 은행에서 판매를 제한하고, 고난도 공모펀드는 녹취의무 또는 숙려제 강화 등을 거쳐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방침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판매액 규모는 74조9622억원에 달한다. 이 중 57.2%인 42조8617억원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앞으로 은행에서 판매가 제한되는 사모형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전체 48조3000여억원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규모는 27조6000억원 수준이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이 내재되지 않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은행 판매금지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면 다른 상품의 투자위험도 파생상품 못지않은데 어떤 근거로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펀드처럼 채권에 주로 투자해도 손실률이 얼마든지 크게 높아질 수 있는데 왜 파생상품만 규제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고난도 상품은 구조가 복잡해 수익이 어떻게 얼마나 나는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품으로 지수연계나 옵션 등이 포함되는 것들”이라며 “부동산 대체펀드와 메자닌펀드 등은 일반적으로 고난도로 볼 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고난도 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놓지 않고 판단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고난도 상품 판단 기준이 담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 등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처장은 “일단 고난도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 회사가 할 것”이라며 “자체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엔 소비자들로 구성된 판정위원회를 꾸려 고난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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