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개국이 참여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대한민국이 빠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 역시 북한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저자세가 위험한 지경에 달했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이유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 하나가 어제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북한의 메시지에서 보였다. 지난 11일 금강산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마지막 경고’를 남쪽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미국에까지 찾아가 속사정을 털어보려고 하지만 상전의 표정은 냉담하기만 하다”고 비아냥거린 대목이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다”고 했을 때도, ‘삶은 소대가리’ 운운했을 때도 따끔한 성명 하나 안 낸 결과일 것이다. 고비 때마다 북한을 감싸기에 급급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행태는 하나하나 따지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금강산 문제도 청년어부 강제송환 건도 ‘끝난 일’이 아니다. 북한은 금강산의 현대아산 자산을 볼모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계속 펴겠지만 더 이상의 저자세로는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의 젊은 어부들을 쫓듯 돌려보낸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경위 설명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을 신중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일 것이다. 끝없는 저자세 때문에 북핵은 북핵대로 해결이 요원해지고, 남북한 관계가 ‘상하관계’가 됐다는 탄식이 터져나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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