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흑사병 중국'의 민낯

입력 2019-11-15 18:14   수정 2019-11-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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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흑사병 진단을 받은 네이멍구 환자 두 명이 베이징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12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어느 병원에 처음 입원했으며, 얼마나 오래 있다가 베이징으로 옮겼는지, 이동 경로는 어땠는지 등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흑사병 관련 온라인 토론도 차단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흑사병 환자가 호흡곤란과 고열을 호소한 것은 정부 발표보다 20일 앞선 시점이었다. 이들을 진료한 의사가 지난 3일 “환자는 이미 10일간 호흡곤란을 겪은 상태였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지만 이는 곧 삭제됐다. 정부 발표를 접한 중국인들은 “흑사병이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도 전파되는데 아무도 사전에 경고를 받지 못했다”, “흑사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대중에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흑사병 소식이 알려진 날 한국 포털에는 ‘흑사병’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떴다. 같은 시각 중국 바이두에는 ‘한국 돼지 매몰처분’이 1위에 올랐다. ‘흑사병’은 50위 안에도 없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네이멍구와 달리 베이징은 흑사병 발생 지역이 아니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신의 근원은 당국의 비밀주의다. 2002년 말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가 광둥성에서 발생했을 때도 중국은 숨기는 데 급급했다. 수개월 뒤 베이징에서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에야 실체가 밝혀졌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더 이상 사스의 실상을 인민에게 오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사이에 사스는 다른 나라로 퍼졌고 감염자 8000여 명 중 77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흑사병 사태를 뒤늦게 안 중국인들이 ‘괴질 공포’에 떠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정보가 통제된 곳에서는 전염병보다 공포증의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 공자는 2500여 년 전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지 말라. 아주 하찮은 것도 때가 되면 모두 드러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원들이 지켜야 할 ‘100대 기율’에도 “허위보고, 거짓보고를 하지 말라” “민간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규정이 들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닫힌 사회’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듯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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