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식 '내로남불'…이주민 법안 발의 '제로'인 정의당

입력 2019-11-16 08:43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의당에서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이 위원장의 일성은 한국당에 대한 성토였다. 과거 자신이 비례대표로 활동했던 새누리당 시절과 다르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은 약자,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한국당으로 변하면서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일까. 한경닷컴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원내정당들의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입법 활동을 비교 분석해봤다.

◆20대 국회 외국인 근로자 관련 법안…한국당 7개 vs 정의당 0개

20대 총선 이후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최근까지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관련 법안 7개를 대표 발의했다.

대표 발의된 7개의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지원이 3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지원이 3건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거주 지원이 1건이다.

반면 이 위원장이 입당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20대 국회에서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대표 발의하지 않았다.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우리공화당, 민중당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총 13개의 법안을,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들은 2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9대 국회와도 크게 차이 없는 한국당…문제는 진보정당?

지난 19대 국회 시절 새누리당과 현재의 한국당 또한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관련 대표 발의 법안의 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관련 법안을 총 8개 대표 발의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지원이 4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지원이 2건, 외국인 근로자 통합지원이 1건, 외국인 근로자 법률지원이 1건이다.

한편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의 경우 20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이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대표 발의 하지 않았다. 다만 통합진보당 소속의 김재연 전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통합민주당으로 19대 국회를 시작해 더불어민주당으로 마무리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총 6개의 법안을,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2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만 '저격'한다고 될 일 아냐…뒷문 열어주는 플레이어가 돼야"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과거 난민법을 발의하던 새누리당 시절만큼 주민·외국인 근로자·재한외국인 등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별을 언급하며 퇴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주민 인권 운동을 하는 관계자들은 이 위원장과 궤를 같이하는 비판들에 대해 단순히 보수정당 '저격'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며 이미 퍼져있는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주민 인권 운동을 하는 관계자는 "법안 발의 수 등을 봤을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각 정당에서 특위를 만들고 하지만 이주민이 직접 플레이어로 뛰지 않는 이상 그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우화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과거 난민법을 발의했던 경험 등 보수정당 역시 이주민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견디면서 다른 이주민 출신 정치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줘야지 갈등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을 남겨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레이어로 뛰면서 후세대 양성을 위해 얼마나 일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기성정당에서 비례대표로 일했던 것은 분명 엄청난 자산"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자신이 받았던 특혜 아닌 특혜는 생각하지 못하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통합과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이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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