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따라 쓰임새 달라지는 것 구별해야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형태는 같은데 문법적 기능은 다른 말’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뿐’ ‘지’ ‘만’ ‘데’ ‘대로’ 등이 있다. 이들이 문장 안에서 때로는 의존명사로, 때로는 조사로, 또는 어미나 접미사로 쓰인다. 띄어쓰기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구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 자체로 헷갈리는 일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리는 해둬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용례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선 ‘뿐’은 조사와 의존명사로 쓰인다. “믿을 건 너뿐이야” 할 때는 조사로 쓰인 것이다. 의미상 ‘오로지’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사는 자립성이 없으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이에 비해 ‘~할/~을’ 등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다.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는 것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띄어 쓴다.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같은 게 그 예다. 문장 구성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다. 다만 ‘-ㄹ뿐더러’는 그 자체가 어미이므로 다른 경우다. ‘일도 잘할뿐더러 성격도 좋다’ 식으로 쓰는 말이다. 이때는 붙여 써야 한다. 이것과 ‘일도 잘할 뿐만 아니라…’ 할 때의 ‘뿐만 아니라’를 구별해야 한다.
‘-ㄹ뿐더러’는 어미라 항상 윗말에 붙여 써
의존명사와 어미로 쓰이는 ‘지’와 ‘-ㄴ(ㄹ)지’도 분명하게 구별된다. 의미를 따져보는 게 제일 쉽다. “그를 만난 지 1년이 넘었다.” 의존명사 ‘지’는 ‘시간의 경과’ ‘동안’을 나타낸다. “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미 ‘-ㄴ(ㄹ)지’는 ‘추정/의문’ 등을 나타낸다. ‘~인지 아닌지’의 범주에 들어가는 표현은 모두 어미이므로 붙여 쓰면 된다.
의존명사 ‘데’와 어미 ‘-ㄴ데’도 많이 헷갈려 하는 용법이다. 의미 차이로 구별하는 게 요령이다. “그는 돈 버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이때의 ‘데’는 ‘곳·장소, 일·것, 경우·상황’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명사다. 어미 ‘-ㄴ데’와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돈은 많은데 건강이 안 좋아.” 이때의 ‘-ㄴ데’는 뒷말을 이끌기 위한 조건, 설명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대개 대립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붙는 어미이므로 당연히 붙여 쓴다.
이런 구별을 다른 문장에 응용해 보자. “휴일인데 마땅히 갈 데가 없어.” ‘휴일인데’는 다음 말을 이끄는 전제이므로 어미 ‘-ㄴ데’이며, ‘갈 데’는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데’이다. ‘데’의 자리에 ‘곳, 것, 경우’ 등을 넣어봐서 의미가 통하면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면 된다.
“그 여자는 예쁜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 이제 이 문장의 오류를 구별할 수 있다면 띄어쓰기의 개념은 어느 정도 잡힌 것이다. 이때의 ‘예쁜데’는 어미가 아니라 ‘것, 경우’를 뜻하는 의존명사다. 따라서 ‘예쁜 데다가’로 띄어 써야 할 곳이다. 어미 ‘-ㄴ데’는 “그 여자는 얼굴은 예쁜데 성깔이 있어”처럼 조건 따위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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